기수간 위계질서가 엄하기로 정평 나 있는 해병대에서 믿기 힘든 가혹행위가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위병근무 도중 선임이 후임에게 삽탄한 권총 총구를 들이댄 채 ‘러시안 룰렛’(탄환 6발을 집어 넣을 수 있는 리벌버 권총에 실탄 1발을 넣고 돌린 뒤 방아쇠를 당기는 생사를 건 게임· 죽을 확률이 1/6이지만 악마의 공포심을 유발한다· 영화 ‘디어헌터’를 통해 유명해졌다)을 했다는 고발이 21일 군관련 제보채널인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들어 왔다.
자신을 “2020년에 입대한 해병 12XX기수”라고 소개한 A씨는 “2021년 1월 해병대 모부대 동문 위병 근무지에서 근무했을 때 일”이라며 최고참 B선임의 악행을 털어놓았다.
A씨는 “근무지가 추워 B선임이 ‘위병소 내로 들어와서 쉬라’고 했다”며 그때까진 따뜻한 선임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며 그 장난이 목숨을 담보로 한 것이었다고 고발했다.
A씨는 “당시 리볼버 1정, 소총 1정, 대검 하나, 진압봉 1개, 스프레이 하나를 들고 위병근무에 투입됐다”며 “리볼버 1정에는 공포탄, 가스탄, 고무탄 등 총 5발을 삽탄했으며 소총엔 10발 공포탄을 삽탄했다”고 밝혔다.
이어 “B선임이 이 리볼버를 이용해서 삽탄을 한 채 저와 제 선임에게 조준, 러시안룰렛을 가했다”고 만행을 털어놓았다.
A씨는 “주말에는 리볼버로는 재미가 없다면 ‘대검을 꺼내 칼싸움하자’는 식으로 대검으로 제 선임과 제 몸에 베는 행동을 취했고 리볼버를 이용한 장난도 중간중간 있었다”며 “결국 리볼버 공포탄이 발사돼 B선임 손에서 피가 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에도 B선임의 가혹행위가 이어졌다는 A씨는 “제 후임인 C가 ‘더 이상 못 참겠으니 도와달라’고 해 제가 지휘계통으로 보고, 사건이 커졌다”고 했다 .
즉 “저와, 또 같이 근무했던 다른 선임이 해당 위병소 사건도 진술서에 적어 사건이 너무 너무 커지게 됐다”는 것.
엄청난 일에 휘말린 A씨는 “매일 반복되는 진술과 상황 재연, 주변 시선 등으로 정신적으로 너무나 피폐해져 PTSD(외상후 스트레스) 진단을 받았으며 향정신성 마약을 먹어야만 잠을 잘 수 있었다”고 했다.
러시안룰렛, 그에 따른 공포탄 발사 등의 일탈행위를 한 B선임은 “해병대가 상병 전역 시켰다”고 전한 A씨는 “그 후 저도 전역해 지금까지 (C씨 등의 고소에 따라) 법적 공방을 하고 있으며 저는 증인 및 피해자와 재판에 서기도 했다”고 했다.
문제는 “2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가혹행위에 대한) 선고가 나지 않고 있는데 이는 B선임이 사건과 크게 연관 없는 증인들을 소환하며 재판을 질질 끌고 있기 때문이다”며 “너무 괘씸하고 억울하다”고 했다.
이에 A씨는 “피의자(B)가 합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고 사건이 정의 구현으로 끝맺음을 원하기에 제보했다”며 이 사건이 외부로 널리 알려져 재판이 신속하게 이뤄졌음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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