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앙심을 품다가 결국 지인을 살해한 50대에게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김형진 부장판사)는 2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51)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 21일 밤 강원도 삼척시에 있는 B 씨(62)의 집에서 B 씨와 말다툼과 몸싸움을 벌이다 B 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지난 2018년 가을 이장선거에 출마하면서 당시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B 씨에게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부탁했으나 거절당하고 결국 낙선하자 B 씨에게 앙심을 품게 됐다.
범행 당일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A 씨는 갑자기 4년 전 일을 떠올리고 B 씨에게 전화를 걸어 “그 때 왜 지지해주지 않았느냐”며 말싸움을 벌이다 B 씨의 집으로 찾아가 흉기를 휘둘렀다. 온몸에 치명상을 입은 B 씨는 과다출혈로 인한 심정지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피해자를 살해한 방법이 매우 잔인해 그 죄질이 극히 나쁘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이에 A 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1심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검찰도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B 씨의 딸은 결심 공판에서 “추억 가득했던 집이 잔혹한 범행 현장이 됐다. 피고인은 무고한 생명을 잔혹하게 앗아가고, 꿈도 앗아갔다. 가족의 미래가 모두 무너져 내렸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범행 당시 스스로 운전해 피해자 집을 찾은 점, 격분해 흉기를 휘두른 사실 등 범행 일부를 기억하는 점, 범행 직후 스스로 경찰에 신고한 점 등을 근거로 “범행 당시 만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유족들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원하고 있다”며 “당심에 이르러 유족을 위해 상당한 액수의 돈을 공탁하며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으나 유족의 슬픔과 고통이 치유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양형을 달리할 만한 사정 변경이 없다”며 A 씨 측과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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