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앙고 일민체육관에서 열린 중앙고 개교 제115주년 기념식에서 6·10만세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가 이선호
선생의 아들인 이원정 씨(오른쪽)가 70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중앙고가 6·10만세운동을 주도한 아버지의 높으신 뜻을 잊지 않은 덕분에 6·10만세운동이 국가기념일이 될 수 있었습니다.”
20일 서울 종로구 중앙고에서 열린 ‘115주년 개교기념일 기념식’. 독립운동가 이선호 선생의 아들인 이원정 씨(88)는 이날 67년 만에 고교 졸업장을 품에 안았다. 이선호 선생과 이 씨는 이로써 부자(父子)가 중앙고 졸업생이 됐다.
이선호 선생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1925년 중앙고의 전신인 중앙고보 재학 중 항일 단체인 ‘조선 학생 사회과학 연구회’의 창립을 주도했다. 이 선생은 1926년 4월 순종의 서거 소식을 들은 뒤 연구회 회원들과 태극기를 만들고, 격문과 전단을 준비해 학교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그는 순종의 장례식이 치러진 6월 10일, 순종의 국장 행렬이 돈화문을 통과할 때에 맞춰 ‘대한독립 만세’를 선창했다.
이 선생은 일제에 붙잡혀 1년간 옥고를 치렀다. 그는 일제가 연 재판에서 “자유를 절규하면 자유가 생긴다는 결심으로 거사에 임하였다”고 당당히 말했다. 이 선생은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이 선생의 아들인 이원정 씨도 아버지를 따라 중앙고보에 입학했다. 그러나 부친인 이선호 선생이 6·25전쟁 중 사망해 가세가 기울자 고교 과정을 마치지 못하고 3학년 때 중퇴했다. 이용균 교장은 “동기들이 학비 모금 활동을 벌였으나 폐를 끼칠 수 없다며 자퇴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드셨다”고 전했다.
이 씨는 졸업장은 받지 못했으나 이후에도 모교 및 부친과 관련된 활동에 애정을 갖고 참여해 왔다. 그는 중앙고의 독립운동사에 대해 연구하면서 사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 특히 중앙고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출판된 ‘중앙중·고등학교 중앙백년사’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부친의 뜻을 기리기 위해 사단법인 6·10만세운동 기념사업회 설립에도 참여해 부회장을 지냈다. 이에 중앙고는 공로를 인정해 이 씨에게 졸업장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 씨는 “늦게나마 아버지가 나오신 학교를 졸업하게 돼 기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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