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자녀 3명 둔 수원 30대女 체포
“2018년 딸-이듬해 아들 낳고 살해”
친모 “남편에 낙태했다고 거짓말”
“출생신고 없다” 감사원 조사서 발견
자신이 낳은 두 아이를 살해하고 시신을 4, 5년간 냉장고에 보관해 오던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영아 살해 혐의로 A 씨를 긴급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1일 밝혔다. A 씨는 2018년 11월 넷째 딸, 2019년 11월 다섯째 아들을 출산한 후 곧바로 살해하고 자택 냉장고 냉동실에 시신을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경 A 씨가 거주하는 경기 수원시 영화동의 한 아파트의 냉장고 냉동실에서 검정 비닐봉지에 담긴 두 영아의 시신을 발견했다.
● “경제적으로 어려워 키울 자신 없었다”
콜센터에서 일하던 A 씨는 역시 콜센터에서 일하는 남편 B 씨와 맞벌이를 하며 장녀(12), 둘째 아들(10), 셋째 딸(8)을 키우고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2018년 11월 넷째 딸을 병원에서 출산한 다음 날 집으로 데려와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1월에는 다섯째 아들을 낳고 역시 다음 날 병원 근처에서 같은 방법으로 살해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데 다시 임신하게 되자 기를 자신이 없어 범죄를 저질렀다”며 “남편에게는 낙태했다고 거짓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 B 씨도 경찰에 “아내가 임신한 건 알았지만 낙태했다는 말을 믿었다. 아이들을 살해한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B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이들을 지키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최근 경찰 조사를 받으러 다녀온 아내가 뭔가 거짓말하고 있다고는 생각했는데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는 몰랐다”고도 했다.
A 씨의 범행은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발각됐다. 감사원은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는 안 된 사례가 있다는 걸 파악해 지난달 25일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복지부에서 감사 자료를 전달받은 수원시는 A 씨가 출산 직후 기초 예방접종까지 했지만 출생신고는 안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현장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A 씨가 조사를 거부하자 이달 8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즉각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날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또 A 씨에 대해 5시간가량 조사를 마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 “아이들에 대한 미련과 미안함 작용한 듯”
영아 시신이 발견된 수원시 영화동 아파트 인근은 이날 내내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과학수사대가 오가더니 이후 셋째 딸이 집 밖에서 하염없이 우는 모습이 보였다”며 “아이들의 할아버지가 세 남매를 보호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냉동실에서 발견한 영아 시신 2구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계획이다. 또 B 씨가 아내의 출산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수원시에 따르면 A 씨 가정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전기요금 할인 등을 받을 수 있는 차상위계층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006년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서도 프랑스 여성이 자신이 낳은 두 영아를 냉동실에 수년 동안 유기하다 발견됐다”며 “그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낳은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미련과 미안함, 차마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생각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두 영아를 연달아 출산 직후 살해하고 유기한 걸 보면 출산 거부나 산후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가 있었을 걸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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