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나이’ D-6…“호칭정리 벌써 골치, 몇살이냐 물으면 뭐라 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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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6월 22일 08시 30분


유성온천문화축제를 하루 앞둔 11일 대전 유성구 온천로 일대에서 아이들이 족욕체험을 하고 있다. 2023.5.11/뉴스1
유성온천문화축제를 하루 앞둔 11일 대전 유성구 온천로 일대에서 아이들이 족욕체험을 하고 있다. 2023.5.11/뉴스1
“‘두번째 28살’이 찾아온 건 좋죠. 호칭은 애매해질 수 있겠네요.”

직장인 권모씨(28)는 최근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오는 28일부터 ‘만 나이’ 통일법이 본격 시행되면 호칭에 혼란이 생길까봐서다. 1994년 9월생인 권씨는 한국식 나이 계산법인 ‘세는나이’를 적용하면 올해 30살이지만 ‘만 나이’를 적용하면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28살이 된다. 태어난 날짜에 따라 동갑내기 친구도 동생이나 손윗사람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권씨는 “나이에 따른 호칭 사용을 선호하지 않아 주위 친구들을 부를 땐 큰 문제는 없을 듯 하다”면서도 “사회에선 아직도 ‘빠른 연생’ 등 나이에 따른 위계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지인들 호칭은 좀 더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주일 뒤 법적, 사회적 나이가 만 나이로 통일되며 일상에서도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시민들은 나이에 따른 호칭 및 높임법이 발달한 한국 문화 특성상 제도 도입 초기엔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주류구매, 연금 수령 등 나이 기준은 유지돼 실질적 체감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많았다.

행정기본법 및 민법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28일부터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법적 사회적 나이는 만 나이로 통일된다. 다만 출생 후 만 1세가 되기 전엔 개월 수로 나이를 표시할 수 있다. 세는나이(한국 나이), 연 나이(현재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뺀 나이) 등 기준이 달라 일어났던 법적 다툼 및 민원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다만 시민들은 제도 시행 초반엔 ‘호칭 정리’에 혼란이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태어난 날에 따라 최대 2살까지 어려지는 만큼 제도 안착 전까진 ‘빠른 연생’과 더불어 통일된 나이 계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7월3일 생일을 앞뒀다는 직장인 박모씨(33)는 “28일부터 만 나이가 적용되면 일주일 간격으로 1살 차이가 나는 셈”이라며 “1주일 간격으로 나이가 휙 바뀌니 주위에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에서 법적 사회적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하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찬성 245인, 반대 1인 기권 8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2.12.8/뉴스1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에서 법적 사회적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하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찬성 245인, 반대 1인 기권 8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2.12.8/뉴스1
본인이 ‘빠른 연생’이라고 밝힌 직장인 손모씨(26)는 “같은 연도에 태어나도 ‘빠른 연생’들이 나이를 말하는 기준이 달라 어디에 맞출지 고민됐다”면서 “만 나이가 적용되면 생일이 지났는지 여부도 따져야 하니 초반 호칭정리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일상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없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국민연금 수령 및 정년 퇴직 등 대부분 제도에선 이미 만 나이를 적용 중이고 주류 구매 등 청소년보호법과 관련된 일부 법령은 연 나이 기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보호법에 따르면 담배 및 주류 구매는 연 나이 기준 19세가 넘어야만 가능하다. 올해 기준 2004년 이후 출생자가 해당된다. 초등학교 및 유치원, 어린이집 입학 시기는 만 나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방식이 유지된다. 노령 및 기초연금, 공공시설 및 교통비 이용요금 할인 적용 기준도 그대로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3학년 전모씨(19)는 “주류 구매나 10시 이후 PC방 출입 등 ‘어른’이 돼야 할 수 있는 행위는 2024년 1월1일은 돼야 한다”며 “28일이 돼도 일상 속에서 변화를 크게 느끼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김모씨(30)는 “어린이집에선 이미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같은 반 친구들끼리의 호칭은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김모씨(58)는 “50대 시기가 연장돼 젊어진 기분”이라면서도 “연금 수령이나 지하철 무료 탑승 등은 원래 만 나이를 적용하니 다음주가 돼도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주위 지인들 사이에서도 별로 화제 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일상생활에서도 ‘만 나이’가 정착될 수 있도록 관련부처와 협조하고 대국민 홍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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