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중 관계의 재정립을 주장하며 “(중국인의) 등록 가능한 건강보험 피부양자 범위 축소에 나서겠다”고 밝혀 발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특정 국적자만의 피부양자를 줄일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김 대표 발언이 일부 부적절하다며 “중국이 아니라 건보 남용 원인 자체에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 특정 국적자만의 건강보험 가입을 어렵게 하는 것은 책임 회피다. 옳은 문제해결 방식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국민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건강보험 기금이 외국인 의료쇼핑 자금으로 줄줄 새선 안 된다. 건강보험 먹튀,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막겠다”며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이 등록할 수 있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범위보다 국내에 있는 중국인이 등록 가능한 범위가 훨씬 넓다”고 주장했다.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외국인 보험료 부과 대비 급여비 현황’을 보면 외국인의 건보 재정수지는 2018년 2255억원, 2019년 3658억원, 2020년 5729억원, 2021년 5125억원 등의 흑자를 기록했다. 4년간 누적 흑자가 총 1조6767억원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건보재정 건전성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다만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만 유일하게 계속 적자였다. 2021년 기준 중국인 적자액은 109억원이었다. 미국인 683억원, 베트남인 447억원, 필리핀인 316억원 흑자에 비해 중국인만 유일하게 계속 적자였다. 2018~2021년 적자가 2844억원이다.
그러나 적자 규모는 2018년 1509억원, 2019년 987억원, 2020년 239억원으로 줄었다.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 요건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역가입자 국내 최소 체류 기간 연장, 직장가입자 아닌 외국인 지역가입자 가입 의무화 조치 등을 했다. 코로나19로 중국인 입국이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한국인도 외국인도 의료 쇼핑을 즐겼다. 내외국인 막론 2021년 병의원 외래진료를 150번 이상 받은 사람이 18만9224명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이 1232명이고, 이들 중 중국인이 1024명이다. 대만(75명), 미국(53명), 캐나다(11명), 베트남(10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럼, 중국인의 건보 피부양자가 많을까. 2022년 7월 기준 전체 건보 직장가입자 1명에 0.93명의 피부양자가 있다. 외국인 가입자의 피부양자는 평균 0.37명으로 한국인보다 적다. 국내에 사는 중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평균 0.49명이다.
국내 법상 피부양자에게 배우자·부모·자녀·조부모가 인정된다. 중국은 대개 미성년 자녀만 될 수 있고, 지역에 따라 배우자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 내외국인에게 같다. 양국 제도가 달라 비교하기 힘들다. 더욱이 중국인 가입자만의 피부양자를 줄이기에는 형평성에 맞지 않다.
건보공단 재무상임이사를 지낸 이평수 전 차의과학대 교수는 “외국인 가입자의 피부양자 기준을 강화한다면 모를까, 중국인만 달리 적용할 수는 없다. 형평성 문제”라며 “체류 기간을 늘리거나 피부양자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의료관리학 교수도 “피부양자의 남용이 잦다면 국내에 6개월 이상 가입자와 같이 거주하는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우선 요인별 재정지출에 대한 분석이 나와야 한다”며 “대부분의 선진국도 외국에 포괄적 혜택을 주고, 내국인도 예전의 외국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적을 떠나 일부 외국인이 입국 직후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치료·수술 등을 하고 건보 혜택을 받은 뒤 즉시 출국하는 사례는 더러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외국인 건보 가입자 피부양자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외국인 가족이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건보 피부양자로 병원에 갈 수 있었는데, 앞으로 6개월 이후로 강화한다. 이 내용이 담긴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법이 통과돼야 한다. 이밖에도 정부는 다양한 건보재정 효율화 대책을 마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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