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업체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기로 결정하고도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근로자의 채용을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17년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법적 분쟁에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기대권’이 인정된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본사 시설관리업무를 1년 단위로 용역업체와 계약해온 한국도로공사는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를 설립하고 시설관리업무를 위탁하면서 용역업체 직원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후 회사는 직원들에게 ‘격일제 교대근무 형태의 단속적 근로조건’에 합의할 것을 요구했다. 단속제 근로자 승인을 얻으면 근로시간과 휴게,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사측은 합의서를 제출한 25명은 채용했지만 근로조건 악화를 우려해 합의서를 내지 않은 A씨와는 근로계약을 하지 않았다.
이후 A씨가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으나 경북지노위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다시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해 A씨의 채용 거부가 부당해고라는 취지의 재심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도로공사가 소송을 냈다.
1·2심은 “도로공사가 설립한 자회사의 정규직 근로자로 채용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도로공사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은 “도로공사가 자회사를 설립해 용역업체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기로 결정하고 노·사·전문가 협의회에서 전환 채용의 요건과 절차를 설정했으며 실무협의회에서 정규직 전환에 따른 근로조건을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A씨 등 용역업체 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되리라는 상당한 신뢰를 가지게 됐다고 볼 수 있다”며 “A씨에게 정규직 전환 채용에 관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본 원심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A씨 등의 업무가 단속적 근로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원고가 합의서 제출을 요구했다”며 “합의서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의 채용을 거절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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