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업자 “남욱이 이재명 선거자금 요청”…김용 측 “진술 왜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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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6월 22일 17시 30분


남욱 변호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6.1 뉴스1
남욱 변호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6.1 뉴스1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이자 대장동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기성씨가 남욱 변호사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시장 선거를 위한 자금 요청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이씨의 진술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병구)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 공판에서 분양대행업체 ‘더감’ 대표를 맡아 위례·대장동 사업에 관여한 이씨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씨는 남 변호사의 요청으로 2014~15년 42억5000여만원을 건넸는데 검찰은 이 자금이 남 변호사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거쳐 김 전 부원장,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남 변호사가) 이재명 시장이 반드시 당선돼야 하니 선거에 필요한 자금을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자금 요청이 언급된 시점은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둔 2014년 4월 무렵으로 특정했다.

검찰이 “시장 선거에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남 변호사에게서 들었냐”고 묻자 이씨는 “그렇다”고 답하면서 “초기 자금이 모두 그쪽(선거)으로 가지는 않겠지만 여러 부대비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남 변호사에 건넨 자금의 구체적 용처를 두고는 “들은 바 없다”고 대답했다. 당시에는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의 존재를 몰랐다고도 말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6.8 뉴스1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6.8 뉴스1


이씨는 “김 전 부원장의 이야기는 그 뒤로도 듣지 못했다”며 “정 전 실장은 2020년 안양 박달동 프로젝트를 하면서 (남 변호사가) ‘진상이 형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해 처음 들었다”고 대답했다.

42억5000만원의 전달 과정을 담은 일명 ‘이기성 녹취록’에 등장한 이 대표와 대장동 사업과의 연관성을 두고도 신문이 이어졌다. 이씨는 2021년 자금 분쟁에 대비해 남 변호사와의 대화를 녹음했다.

남 변호사가 “동규형 쪽 우산 안에 들어가 이제 편이 갈라지는 것”이라고 이씨에게 말한 내용도 담겼다. 이 대표 측을 뜻하는 ‘우산’에 이씨가 들어와 ‘한 배를 탔다’는 의미다.

이씨는 “(반대편은) 김만배쪽으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초기 대장동 사업에 함께 참여한 남 변호사와 김씨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관계가 틀어졌다.

이에 녹취록에는 남 변호사가 “문제가 되면 만배한테 던지고 (이재명) 지사가 기스(흠)나면 안 된다”고 언급한 부분이 나온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있었던 만큼 ‘대장동 리스크’를 김씨에게 넘겨 이 대표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씨는 앞서 남 변호사와 김씨의 대장동 비리 폭로에 대비해 유 전 본부장이 양측을 중재하려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이) 남욱을 설득하려 했다고 남욱이 저한테 말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이씨의 진술이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바뀐 사실을 지적했다. 초기에는 ‘이재명 선거자금’을 언급하지 않다가 언젠가부터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2021년 11월 검찰 조사 당시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궁금해서 두세 번 남욱한테 물었는데 그때마다 알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진술했고 지난해 4월 대장동 배임 혐의 재판에서도 “(남 변호사가) 저한테 용처를 말해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증언했다.

이를 두고 이씨는 “처음에 정말 겁을 많이 먹었다”며 “괜히 큰 사건에 엮일 수 있다는 두려움에 기억이 정확하지 않으면 가급적 모른다는 쪽으로 답했다”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이에 “2020년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검찰에서 처음 조사받을 때 선거자금 이야기를 왜 하나도 안 했느냐고 변호인이 묻고 있다”며 “기억이 나면 답하고 나지 않으면 저희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남 변호사에게 수십억 원을 건넨 후 2020년 돈을 돌려받기 위해 내용증명을 보냈다. 여기에 ‘선거자금 명목으로 제공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처럼 2020년 ‘선거자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도 2021~2022년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느냐는 게 재판부의 지적이다.

재판부는 이날 이씨의 자금 전달에 기초해 남 변호사를 비롯한 대장동 일당에 자금이 넘어갔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내달 6일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6호 소유주 조우형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열기로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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