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기 화성에서 ‘출생 미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미혼모 A 씨는 “10대 시절 출산하다 보니 무서웠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며 이같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2021년 12월경 병원에서 여아를 출산한 지 약 한 달 만에 인터넷에서 아이를 데려갈 사람을 구했다. 지난해 1월 익명의 제3자에게 아이를 넘긴 A 씨는 “아이를 받아간 사람의 연락처는 모르고 그 뒤로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실제로 A 씨가 인터넷을 통해 아이를 넘겼는지 확인하고 있다. A 씨 자녀의 생사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 조사 대상 23명 중 최소 5명 이상 숨져
최근 보건복지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계기로 전국 곳곳에서 영유아를 살해하거나 유기한 사건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최근 8년간 병원에서 태어난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2236명 가운데 최소 5명이 숨지고 1명이 유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경남 창원에서 영아가 방치돼 영양 결핍으로 숨진 사건이 벌어졌다. 미혼모인 B 씨는 지난해 3월 창원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생후 76일된 딸이 며칠 동안 분유를 토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지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결국 B 씨의 딸은 방치된 채 숨졌고 경찰은 B 씨를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 B 씨 딸의 몸무게는 2.5kg밖에 되지 않아 출생 당시 2.7kg보다 덜 나갔고, 예방접종이나 병원 진료 기록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행적을 파악해달라고 요청한 23명 중 최소 5명 이상이 숨졌다는 진술을 부모로부터 확보했다”며 “사망 경위 등은 아직 정확히 조사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출생 미신고 사례 중 일부는 혐의 없이 종결됐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2015년 1월 출산 직후 숨진 남아에 대해 부모가 사망진단서를 발급받고 화장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5년 3월에는 여수에서 태어난 여아가 출생신고 없이 국내 한 가정에 입양시켰다가 초등학교 입학 즈음 뒤늦게 출생신고가 된 사실을 파악했다.
이번 조사와 별개로 울산에서도 한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몸무게 0.8kg인 영아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중이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22일 오전 3시 20분경 울산 남구의 한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남아로 추정되는 영아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은 이날 환경미화원이 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수거 차량에 싣는 과정에서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영아의 탯줄은 잘려져 있었으며, 알몸 상태로 버려져 있었다고 한다.
● 수원 영유아 남매 사인은 ‘불명’
문제는 보건복지부 전수 조사 결과에 따라 유기되거나 살해된 영·유아가 더 발견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기 오산시에서도 “아동학대 범죄가 의심된다”며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영아 1명에 대해 이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은 전날 경기 수원에서 영아 살해 혐의로 긴급 체포된 30대 여성 C 씨 사건과 관련해 C 씨 자녀 2명의 사인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구두 소견에 따르면 특별한 외상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시신이 4, 5년간 냉동고에 있었던 걸로 추정돼 국과수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C 씨 부부는 2018년 11월 넷째 딸을 냉장고에 유기한 이후 지난해 말 수원 장안구로 한 차례 이사했다. 경찰은 당시 시신을 보관해 온 냉장고를 어떻게 운반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C 씨의 남편에 대해서도 혐의점이 있는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C 씨는 정신질환 병력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C 씨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는 23일 오후 2시 반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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