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원 영아 시신’ 몰랐다던 남편, 출산 아내 퇴원서에 서명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3일 12시 00분


경찰 “공범 가능성 확인 중”

21일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됐다. 사진은 경찰이 이 아파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장면. 수원=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1일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됐다. 사진은 경찰이 이 아파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장면. 수원=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경기 수원의 아파트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된 가운데 영아 살해 및 유기 혐의로 구속된 30대 친모 고 모씨의 남편 A 씨가 넷째 딸과 다섯째 아들의 출산 당시 아내의 퇴원서에 서명한 정황이 23일 확인됐다. 남편 A 씨는 “넷째 다섯째 출산 사실을 몰랐고, 아내가 낙태한 줄 알았다”며 범행 공모 의혹에 대해 부인해왔다.

동아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고 씨가 넷째 딸을 출산했던 2018년 11월 당시 고 씨의 퇴원서에는 남편 A 씨의 이름으로 서명이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관계자는 “출산한 산모는 통상 2박3일 정도 입원을 하는데, (고 씨는) 하루 만에 조기 퇴원을 신청했다”며 “남편이 보호자 이름으로 퇴원서에 서명한 기록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A 씨가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임신한 사실을 알았지만 살해한 줄은 몰랐다. 낙태를 했다는 말을 믿었다”고 진술한 것과 배치되는 지점이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보호자 서명을 남편 이름으로 하긴 했지만, 출산한 친모나 친모의 가족 등이 임의로 남편 이름으로 서명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A 씨가 넷째 자녀를 낳으면서 아내의 퇴원서에 서명한 사실을 파악했으며, 실제 본인이 직접 서명했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 다섯째 자녀를 출산한 병원 관계자 역시 “전산상에 보호자로 등록된 A 씨의 이름이 퇴원서 서명란에 기록돼 있는 사실을 확인해 경찰에 자료를 넘겼다”고 밝혔다. 경찰은 A 씨의 범행 가담 여부가 확인되면 긴급체포 등을 통해 신병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고 씨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수원지법에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고 씨가) 죄를 뉘우치고 있고, 남은 아이들에게도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 씨는 별도의 심문 없이 서면 심리만으로 구속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고 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아기를 출산한 뒤 하루 만에 바로 살해하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 세대 안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 씨에게는 12살 딸과 10살 아들, 8살 딸 등 3명의 자녀가 있는 상태다. 이미 자녀가 세 명이나 있는 상태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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