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면직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면직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이 23일 기각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강동혁)는 이날 한 전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낸 면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면직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신청인으로 하여금 계속 방통위원장 직무를 수행하도록 할 경우 방통위 심의·의결 과정과 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뿐만 아니라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해될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어 “한 전 위원장의 지휘 및 감독을 받는 방통위 공무원들의 개입하에 TV조선에 대한 재승인 심사 평가점수가 수정됐다. 당초 총점 650점 이상을 획득하고 중점 심사사항에서 과락이 없었던 TV조선의 심사평가 결과에서 과락이 발생해 재승인 여부 및 유효기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등 재승인 심사의 공정성이 현저하게 침해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한 전 위원장은 평가점수가 사후에 수정된 것을 인지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TV조선 점수가 수정된 경위나 절차 등을 조사하려는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한 전 위원장이 사후에 변경돼 과락이 발생한 심사 결과를 전제로 TV조선 청문절차를 진행하게 한 점 △전체회의에 조건부 재승인 안건을 상정하도록 지시한 점 △‘방통위가 점수평가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한 점 등을 언급하며 “방통위원장으로서 면직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 전 위원장은 2020년 3월 11일 TV조선 반대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 인사를 심사위원으로 선임하고, 그다음 달 TV조선 평가점수가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로 지난달 2일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TV조선 재승인 유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부당하게 단축하는 내용의 방통위 심의·의결 안건을 작성하게 시킨 혐의도 받는다.
또한 검찰은 TV조선 재승인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9월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방통위 보도설명자료가 허위사실이라고 보고 한 전 위원장에게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도 적용했다.
정부는 한 전 위원장이 방통위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면직 절차를 밟았으며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면직안을 재가했다. 당초 한 전 위원장 임기는 7월 말까지였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일 면직 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법원의 결정에 “한 전 위원장은 방송의 중립성·공정성을 수호할 중대한 책무를 방기했고, 소속 직원들이 TV조선 점수를 조작하는 것을 사실상 승인했기 때문에 법률상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며 “오늘 법원의 결정이 이런 당연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방통위가 조속히 언론 자유와 보도의 중립성·공정성을 수호할 수 있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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