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딸을 둔 어머니 김씨(42)는 요즘 고민이 있다.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키는 또래 아이보다 확연히 작았다. 그 길로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게 했고 결과적으로 ‘성장호르몬 결핍증’(Growth Hormone Deficiency, GHD)으로 진단받았다.
김씨는 ‘언젠가 크겠지’라고 생각했던 점을 후회하고 아이에게 미안하다며 “성장이 끝날 때까지 매일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생각에 안쓰럽다”며 “앞으로 중학교까지 다니며 수학여행, 수련회 등 여러 일정을 소화할 텐데 주사를 빼먹지 않고 잘 맞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뇌하수체에서 ‘소마토트로핀’(Somatotropin)이라는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발생하는 질환이다. 성장호르몬이 결핍되면 저신장은 물론, 유치가 늦게 나거나 손톱이 잘 부러지고 뼈 발달이 늦어진다.
세계적으로 약 4000~1만명의 아동 중 1명에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선천적으로 타고날 수도 있으나 심각한 뇌 손상 등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발병할 수도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키도 자라지 않아 평균보다 작을 수 있다. 일상에서도 사회적·정서적 영향을 받는다.
ⓒ News1 진단의 중요한 기준은 ‘또래에 비해 확연히 작은 키’다. 같은 연령과 성별에서 키가 100명 중 3번째 이하로 작다면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인한 저신장을 의심해 볼 수 있다. 3세 이상에서 사춘기 시작 전까지 연간 4㎝ 미만의 성장 속도를 보인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필요하다.
검사는 △엑스레이(X선) 촬영 △성장호르몬 자극 테스트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이뤄진다. 결핍증을 진단받으면 최대한 빨리 성장호르몬 투여 등을 해야 한다. 치료 기간은 성장이 거의 끝날 때까지고, 평균 성장 속도가 1년에 2㎝ 미만이 될 때 중단한다.
채현욱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5일 “만약 10세 이후, 늦게 치료를 시작하면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그만큼 감소해 치료한다 해도 정상 성인 키에 도달하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일찍 시작할 경우 최종 성인 키는 더욱 크게 돼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인이 돼 최종 키에 도달한 뒤에도 ‘성장호르몬 결핍’으로 비만이나 대사증후군이 올 수 있고 근력이 떨어지므로 성장호르몬 분비 상태에 대한 재평가를 거쳐야 한다. 이후 결핍이 계속되면 성장호르몬을 투여한다.
채 교수는 “일찍부터, 빠르게 시작해서 가급적 오랜 기간 유지하는 게 효과가 좋다. 다만 매일 투여하는 주사가 대부분인 데다 어린 나이에 치료받아야 해 계획된 치료 일정을 지키기 어려운 환자가 많고 투여 주기를 놓치는 등 치료 순응도 낮은 환자들이 빈번한 편”이라고 소개했다.
국외 연구에 따르면 성장 부전으로 매일 성장호르몬 주사를 투여하는 소아 환자 중 주 1회 이상 투여를 놓치는 사례는 39% 있었다. 2회 이상 놓치는 경우는 23%로 나타났다. 더욱이 치료 순응도가 80% 이상인 환자 비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줄어, 5년 시점에는 28%밖에 되지 않았다.
치료 순응도에 따른 키 성장 속도 표준편차 점수(HVSDS) 연구를 보면 1주일에 하루 이하로 투여를 놓친 환자(치료 순응도가 높은 환자)는 1주일에 3일 이상 투여를 놓친 환자(치료 순응도가 낮은 환자) 대비 더 빠른 성장 속도를 보였다.
매일 맞아야 하는데 놓쳤다면, 투여 시간을 놓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면 되도록 빨리 맞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기존 투여 시간보다 다음 투여 시간에 가까운 시점이라면 다음 시간에 맞춰 투여하고 2배 용량을 투여하지는 말아야 한다.
최근에는 환아와 보호자가 참고할 만한 주사제가 국내 허가됐다. 한국화이자제약의 ‘소마트로곤’ 성분 주사로서 주 1회 투여로 매일 투여하는 주사제와 비열등 효과를 보인다. 2023년 5월 기준 국내 주 1회 뇌하수체 호르몬 제제 중 최초이자 유일한 프리필드펜 제제다.
치료 부담 평가 연구에서는 매일 투여하는 주사제 대비 △투여 스케줄 편의성 △투여 스케줄 지속성 △보호자와 가족 일상 방해 항목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 채 교수는 “결국 환자 중심적 치료 옵션이 중요하다”며 “환자 스케줄을 고려해 적절한 치료제를 선택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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