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들이 자립하는 데 좋은 디딤돌이 되었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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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발달장애인 핸드볼 리그’ 산파역 이일우 SK호크스 단장
결과에 상관없이 모두가 승리 만끽
선수-가족 모두의 축제의 장으로
9개팀이 10월까지 21번 경기 치러

이일우 SK호크스 단장(SK하이닉스 청주기업문화담당 부사장). SK호크스 제공
이일우 SK호크스 단장(SK하이닉스 청주기업문화담당 부사장). SK호크스 제공
“결과에 상관없이 모두가 승리하는 ‘올윈픽(All Win Peak)’의 기쁨을 만끽하고, 발달장애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하는 데 좋은 디딤돌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22일 충북 청주에서 국내 첫 발달장애인 핸드볼리그가 개막했다. 9개 팀이 10월 19일까지 21번의 경기를 치르는 이 대회는 선수단 실력 수준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눠 진행된다. 비장애인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처럼 순위를 다투는 치열한 승부의 장(場)이 아닌, 발달장애인 선수와 그 가족들 모두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축제’로 치러질 예정이다.

이 대회의 뿌리는 SK하이닉스가 설립한 장애인 표준사업장 ‘행복모아’의 사내 핸드볼 동아리다. 발달장애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과 건강 증진을 위해 시작한 동아리가 효과를 내자 모기업의 지원 아래 리그 창설까지 이어진 것이다. 25일 리그 출범의 산파 역할을 한 이일우 SK호크스 단장(52·SK하이닉스 청주기업문화담당 부사장)을 만나 지난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내 첫 발달장애인 핸드볼리그의 계기는….

“SK하이닉스 자회사인 행복모아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들 덕분이다. 방진복 세탁과 제조 등을 하는 이 회사의 업무는 단순하고 반복적이다. 비장애인에게는 비교적 쉬운 일이지만 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들에게는 그리 단순치가 않다. 발달장애인들이 회사 내에서 보람을 찾고 건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다가 핸드볼 동아리 창설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고 논의를 거쳐 만들었다. 남자핸드볼팀인 SK호크스도 선수들의 재능기부 등으로 힘을 보탰다.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고, 리그 창설까지 이어졌다.”

─리그는 어떻게 운영되나.

“9개 팀이 3개 그룹으로 나눠 경기를 치른다. 팀마다 장애중증도 등 실력 차이가 있어 동일한 규칙과 경기 시간을 적용하지 않는다. 팀마다 4번의 경기를 하는데, A팀과 B팀은 전후반 각각 15분, 휴식 10분을, C그룹은 전후반 각각 10분, 휴식 10분이다. 리그 총경기 점수를 합산해 10월 최종전을 치른다. 1·2위 팀에는 트로피와 메달을, 3등 팀에는 메달을 준다.”

─발달장애인들이 복잡한 경기 규칙을 따르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처음 동아리 형태로 시작하고, 실제 경기를 치를 때까지 준비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서원대 장애인스포츠지원센터와 ‘발달장애인 핸드볼 매뉴얼’을 만들었다. 핸드볼의 가장 기본적인 드리블, 패스 등 공에 대한 친근감을 형성하기 위한 활동부터, 게임에 대한 기본기, 수준별 테스트까지 다양한 정보를 담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 경기가 가능한지 고민도 컸지만 ‘기우’였다. 행복모아챌린저스 선수단 14명과 일신여고 선수단 4명, SK호크스 선수단 2명이 팀을 나눠 장애인과 비장애인 통합 경기를 시작으로 시범경기에 돌입해 5개월간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11월에는 스페셜올림픽 시범대회에 참가해 리그 출범 가능성을 확인했고, 올해 ‘2023 발달장애인 핸드볼리그’를 시작했다.”

─충북 청주에서 리그가 열리는 이유는….

“리그에 참여하는 팀은 충북 청주의 행복모아 챌린저스(행복모아 주식회사)를 비롯해 경기 안양, 서울 중구, 경남 진주, 강원 삼척까지 전국에 분포됐다. 지리적으로 청주가 전국의 중심지이고 발달장애인 핸드볼의 시작도 청주다. 또 청주시 지원으로 ‘청주 올림픽기념생활관’을 활용할 수 있다. 청주가 SK호크스뿐 아니라 발달장애핸드볼리그를 통해 핸드볼 저변을 높이는 중심지로 거듭나길 바란다.”

─선수는 물론 가족들도 좋아할 것 같은데….

“핸드볼은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야 하는 강도 높은 팀 스포츠이다. 발달장애인의 사회성 향상은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인데, 발달장애 핸드볼은 사회성 증진과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 발달장애인들은 훈련이 없는 날도 핸드볼 이야기로 꽃을 피울 정도다. 공식 경기와 리그까지 출범하면서 발달장애인 스스로 ‘선수’라고 생각해 선수는 물론 부모들도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의 운영 계획은….

“올해 리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기준을 정립할 것이다. 프로축구 리그처럼 실력 향상 정도에 따라 ‘승격제’를 도입하는 등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많은 발달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게 팀 수를 늘리고, 내년에는 스페셜올림픽의 정식 종목 채택도 추진할 예정이다. 발달장애인 핸드볼 경기를 직접 관전한 사람 중에는 장애를 갖고 있는 선수들이 맞냐고 묻기도 한다. 그만큼 모두가 장애를 잊고 스포츠를 통해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무관심과 ‘발달장애인’이라는 편견을 걷어내고, 현장에 와서 한번 꼭 경기를 보고 힘찬 응원을 해 주기를 바란다.”

#발달장애인 핸드볼 리그#이일우 sk호크스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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