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협, 복지부 항의 방문…“불법의료 강요 병원 81곳 고발”

  • 뉴시스
  • 입력 2023년 6월 26일 10시 19분


복지장관에 사과요구…면허증도 반납
불법의료 지시 의사·행위·시간 등 명시

간호사 단체가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준법투쟁에 참여한 간호사에게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불법 의료 행위를 지시한 의료기관 81곳을 의료법 등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를 통해 고발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간호법 준법투쟁에 따른 후속조치로 국민권익위를 찾아 간호사에게 불법 의료행위를 강요한 의료기관 81곳을 고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간호사에게 불법 의료행위를 지시·수행하도록 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직장 내 괴롭힘’에 속하는 폭언과 위력을 행사하는 등 의료법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신고됐다는 이유다.

앞서 간협이 개설한 온라인 ‘불법진료 신고센터’에는 지난 23일 오후 5시까지 1만4504건의 불법진료 신고가 접수됐다. 실명으로 신고된 364개 의료기관 가운데 간호협회 임원 및 변호사, 노무사 등 전문가 총 10인으로 구성된 간호사 준법투쟁 TF위원회가 81개 의료기관을 1차로 선정했다.

간호사 준법투쟁 TF위원장인 탁영란 간협 제1부회장은 “제4기 권역책임의료기관과 지역책임의료기관 중 불법 의료행위 지시 행위가 명백한 의료기관을 먼저 선정했다”면서 “권역 및 지역책임의료기관은 지역 내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지역거점의료기관으로 불법을 자행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탁 제1부회장은 또 “불법 의료행위를 지시한 내용에 대해 신고자가 의료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과 관련해 지시한 사람, 지시 사항, 지시한 장소 등 3가지 이상을 구체적으로 작성한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선정했다”며 “특히 민간 의료기관은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를 보호하기 위해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기준으로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선정된 81개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의 개설 및 의료법인 설립 운영편람’의 의료기관 운영 주체 구분에 따라 공공의료기관 27곳과 민간 의료기관 54곳을 구분해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기관 81곳의 의료기관장과 의사가 간호사에게 대리진단과 대리처방, 대리수술 등 불법 의료행위를 지시하고, 골수천자, 뇌척수액 천자 등 의사 업무를 간호사에게 불법으로 시켰다는 의료법 위반 사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또 간호협회가 분류한 간호사 불법 업무 리스트 24개 항목 외에도 불법의료 행위를 지시한 사례와 간호사 준법투쟁 시 직장 내 괴롭힘, 폭언, ‘시키면 하라’는 위력 행사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탁 제1부회장은 “오늘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 신고를 시작으로 ‘불법진료 신고센터’를 통해 의료기관 현장에서 불법의료 행위가 근절되고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명확해지도록 간호인과 대한간호협회는 준법투쟁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협은 불법 의료행위를 묵인해 온 복지부를 항의 방문한 뒤 항의의 표시로 모은 4만3021명의 간호사 면허증도 반납했다. 간협은 “복지부가 간호사의 자긍심과 미래돌봄을 위한 간호법의 숭고한 가치를 훼손했다”며 “전국 회원들이 항의하는 뜻을 담았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816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구 5831명, 경기 4598명, 인천 3334명, 부산 3000명, 광주 2816명, 대전 2626명, 경남 2100명, 충남 1825명, 전남 1797명, 전북 1701명, 울산 1390명, 경북 1253명, 강원 1138명, 제주 804명, 충북 460명, 기타 179명 순이었다.

간협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에게 책임 있는 사과와 함께 중립성을 유지해 줄 것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간호법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의료현장에 만연돼 있는 불법 의료행위를 묵인한 채 직무를 유기했다”는 이유다.

탁 제1부회장은 이날 복지부 항의 방문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복지부는 중립적인 업무수행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간호법 처리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게 하는 처사로 행정부의 독립성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의료법의 모호한 규정을 빌미삼아 무면허 의료 행위를 강요하고, 정부에서는 그저 손 놓고 여기저기 눈치 보기에 급급한 사이 대한민국 간호사들은 현장을 떠나고 있다”면서 “부당하고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문제로 인해 간호사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 의료법은 더 이상 변화된 보건의료 환경과 간호사의 사회적 역할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초고령사회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간호인력 확충과 간호법 제정을 행동으로 보여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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