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구하기 실천, 나부터]탄소중립포인트제 실천법
설거지통 물 받아 쓰면 사용량 40%↓… 가구당 연간 3만4000원 절약 효과
LED 전구, 전력 사용 90%까지 줄여… 지난해 213만 명 참여 79만여 t 감축
에너지 절약 활동 중장년 층서 활발
“궁상 같지만 에어컨을 쓸수록 더 더워지는 것 같아서….”
자취 5년째인 직장인 정소라 씨(31)의 집에는 에어컨이 없다. ‘에어컨을 쓸수록 더 더워진다’는 말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그는 “전력 소비도 크고 실외기에서 열 내뿜는 거 보면 에어컨이 기후위기의 주범 같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 더울 때는 선풍기를 틀거나 물을 얼려 목덜미에 얹을 수 있는 ‘냉팩’을 애용한다. 그는 “올해는 5월부터 여름 같은 더위가 오지 않았냐”며 “어릴 때에 비해 폭염이나 홍수가 심해지는 게 느껴져서 무섭다. 지금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기후위기로) 고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설거지통 물 받기, 전기밥솥 OFF… 습관 바꾸기
정 씨는 2019년 1월 탄소중립포인트제 에너지 분야에 가입한 후 지금까지 8번(1년에 상·하반기 2회) 걸쳐 약 18만 원의 인센티브를 받은 ‘에너지 절약 모범생’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서 운영하는 탄소중립포인트제 에너지 분야는 시민들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2009년 시작했다.
개인(가정·상업시설)이나 아파트 단지 등이 전기, 상수도, 도시가스 사용량을 절감하면 단계별로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전기나 가스를 생산할 때 화력발전으로 탄소가 배출되고, 수돗물을 공급할 때도 상수도 설비를 가동하는 데 상당한 전력이 소모되며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에너지 사용량을 5% 이상 감축하거나 감축한 양을 이후에도 비슷하게 유지했을 때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정 씨도 에어컨을 쓰지 않는 것까지는 남들에게 쉽사리 권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는 “나는 1인 가구지만 자녀 등 가족들이 있으면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조금만 신경 쓰면 환경도 보호하고 절약도 가능한 방법이 많다”며 에너지 절약 노하우를 소개했다.
정 씨가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물 아끼기’다. 손 씻은 물이나, 욕실에서 온수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나오는 찬물 등 사람들이 별생각 없이 흘려보내는 물을 재활용하는 것이 포인트다. 정 씨는 “손 씻은 물은 그렇게 더러운 물도 아니어서, 대야에 받아 화장실이나 베란다를 청소할 때 쓴다”고 말했다.
설거지할 때 물을 내내 틀어두는 일도 없다. 설거지통에 물을 담아 그릇의 음식물을 불리거나 닦고 헹궈낼 때만 물을 튼다. 정 씨와 같이 설거지하면 설거지를 10분간 한다고 가정할 때 물 사용량이 120L에서 72L로 약 40% 줄어든다. 1년간 이렇게 설거지하면 가구당 연간 3만4000원가량의 수도요금을 아끼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5kg 줄일 수 있다. 국내 가구(2019년 기준 2089만1000가구)의 10%가 참여할 때 이산화탄소를 연간 4만737t 줄일 수 있다. 나무 447만6593그루를 심는 효과다.
전력 역시 생활 속에서 소소하게 아낀다. TV나 드라이어 등 전자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 콘센트를 빼놓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신경 쓰는 건 전기밥솥이다. 정 씨는 “1인 가구라 밥이 남을 때가 많은데, 남은 밥은 바로 소분해서 냉동 보관하고 밥솥은 끈다”고 말했다. 전기밥솥은 보온 기능으로 인해 다른 가전제품보다 전력소비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제품으로 꼽힌다. 가구당 1일 전기밥솥 보온 시간을 9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이면 가구당 연간 이산화탄소는 141.9kg, 전기요금은 5만6547원 줄어든다.
정 씨는 이외에도 △세탁기 사용 횟수 줄이기 △TV 시청 시간 줄이기 등 환경부가 내놓은 ‘탄소중립 생활 실천 안내서’ 1단계(10만 원 이하 적은 비용, 생활 습관 변경으로 실천할 수 있는 수칙) 절약 수칙들을 지키고 있다. 그는 “어릴 때 집에서 부모님과 생활한 것이 자연히 습관이 된 것 같다”며 “부모님도 환경에 관심이 많으셔서 변기에 벽돌을 넣어두는 등 저보다 물이나 전기 아끼는 데 더 민감하시다”고 말했다.
● 에너지 절약 고수는 중장년층
절약보다 소비에 익숙한 2030세대와 달리 정 씨의 부모님과 같은 중장년층은 ‘한국은 물이 부족하고 석유가 나지 않는 국가’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던 세대다.
이를 반영한 듯 탄소중립포인트제 에너지 분야에 참여한 213만여 명을 성별·연령층으로 분석했을 때 참여율이 가장 높은 집단은 60대 이상 남성(23.5%)이었다. 이어 60대 여성(18.0%), 50대 여성(14.4%), 40대 여성(13.6%), 50대 남성(10.9%) 순으로 전통적인 수도·전력 등 에너지 절약에는 40∼60대의 참여도가 높았다.
텀블러·다회용기를 사용하거나 리필 제품을 사용하는 탄소중립포인트제 녹색생활실천(6월 6일 자 본보 A1·12면 참고)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집단이 20, 30대 여성이었던 점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30대인 정 씨가 큰돈을 들이지 않고 일상에서 소소하게 에너지를 절약한다면, 60대인 김우정 씨(66·경기 성남시)는 조금 더 ‘초기 비용’이 드는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있다. 2018년부터 약 10만 원의 에너지 절약 인센티브를 받은 김 씨는 ‘형광등, LED 전등으로 바꾸기’를 가장 먼저 꼽았다. ‘탄소중립 생활 실천 안내서’ 에너지 절약 수칙의 2, 3단계(1단계에 비해 실천이 어렵고, 10만 원 이상 들거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는 “가정 전기세가 누진제라서 전력 사용을 덜 할수록 아끼는 폭도 커진다”며 “LED 전등으로 바꿀 때 그에 맞는 소켓도 있어야 하고, 일반 백열등보다 돈은 들지만 설치하고 나면 전기료를 뽑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명은 주택, 건물에서 소비하는 전력량의 30%를 차지한다. 반도체를 이용한 조명인 LED를 사용하면 백열등 등 기존 조명기기에 비해 최고 90%까지 전력 절감이 가능하다. 국내 보급돼 있는 형광등의 10%를 LED로 바꾸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2만1795t 줄어드는데, 경제 효과로 환산하면 128억4000만 원에 해당한다.
그 외에도 △가전기기별로 전력 차단이 가능한 멀티탭 사용 △비데 등 절전 기능이 있는 가전이나, 에너지효율등급이 높은 가전 사기 △창틀에 단열필름, 바람막이 등을 설치해 냉난방 보온 강화 등을 일상에서 가능한 에너지 절약 방법으로 소개했다.
한국환경공단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탄소중립포인트(에너지)에 참여한 이들은 213만여 명으로, 김 씨와 정 씨 같은 적극적인 참여자들이 국내에서 감축한 이산화탄소는 79만여 t에 달한다. 탄소중립포인트제 에너지 분야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이나 모바일(www.cpoint.or.kr) 혹은 관할 시군구 부서에서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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