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 정신질환자 5년새 66% 급증… ‘표류’로 제때 치료 못받은 탓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8일 03시 00분


[정신응급환자들의 ‘표류’]
치료감호자 수용 법무병원 포화
망상-환청 등이 범죄 이어지기도
“일반인과 범죄율 차이는 없어”

“사회에서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정신질환자들이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교정 시설 내 정신질환자는 2017년 3379명에서 2022년 5622명으로 5년 새 약 66% 증가했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은 23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교정 시설 내 정신질환자 증가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국립법무병원(옛 치료감호소)은 치료감호를 선고받은 이들을 치료하는 국내 유일한 의료기관이다. 치료감호 선고는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약물중독·성폭력 범죄자 가운데 재범의 위험이 있고 특수한 치료가 필요한 이들에게 내려진다. 정신질환자들이 치료받을 병상과 의료진 부족 등으로 ‘표류’하는 사이 국립법무병원이 포화인 상태가 됐다는 것이 조 원장의 진단이다.

조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정신질환자가 일반인보다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른다는 통계는 없다”며 “대부분의 정신질환자는 위험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는 정신질환자의 범죄 중 80%가 중범죄이고, 피해망상과 환청 등의 증상이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누군가 자신을 해칠 것만 같다는 망상이나 특정한 행동을 지시하는 환청을 현실이라고 믿어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 원장은 “그렇기 때문에 증상이 사라질 수 있도록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면 범죄 역시 막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국가에서 무료로 치료해 주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조 원장은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를 치료하는 건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체 국민의 안전을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자 치료를 위한 병상이 전국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국립법무병원의 현실 역시 열악하다. 민간 병원과 비교해 임금이 적다 보니 일단 의사를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국립법무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정원은 17명이지만 현재 근무 중인 의사는 9명뿐이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규칙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명당 입원 환자 60명을 보게 돼 있지만 국립법무병원은 전문의 1명당 입원 환자 80명을 보고 있다.

조 원장은 “정신질환자들의 온전한 사회 복귀를 위해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치료감호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질환 및 중독재활 전문가인 조 원장은 1988∼1999년 국립법무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 등을 거쳐 2019년 국립법무병원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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