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사퇴, 교육부 대입국장 경질의 원인이 됐던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6모) 성적이 27일 발표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문제를 지목했던 국어는 지난해 수능보다 오히려 쉽게, 수학은 최근 8년 새 가장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가올 9월 모의평가와 11월 수능에서 난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평가원이 27일 발표한 6모 채점 결과에 따르면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51점으로 2023학년도 수능(145점)보다 6점 높았다. 표준점수는 수능 원점수에 과목 간 난이도 등을 반영해 평가원이 새롭게 산출한 점수로,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게 나온다. 반면 국어는 평이하게 출제돼 만점자가 1492명이나 쏟아졌다. 지난해 수능 만점자(371명)의 4배다. 작년 6모(만점 59명)와 비교하면 만점자 수가 25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연구소장은 “정부가 어제(26일) 예시로 제시했던 국어 킬러 문항은 변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수학은 어렵다고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수능에서 난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수능 국어-영어는 6월 모평과 난도 비슷, 수학은 쉬워질 듯”
6월 모평, 국어 쉽고 수학 어려웠다 국어 만점자 1492명… 작년比 25배 尹, ‘국어 킬러문항’ 문제 지적했는데… 성적표 뜯어보니 ‘물국어’ ‘불수학’ “명확한 출제기준 제시, 혼란 줄여야”
이번 6월 모의평가(6모)에서 수학이 매우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9월 모의평가(9모)와 올해 11월 치러지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는 수학 난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지목한 ‘킬러 문항’을 비롯해 난도가 높은 문제 상당수가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킬러 배제’를 공언한 교육부의 사교육 근절 대책도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과 교육부 대학국장을 사실상 경질한 대통령실의 판단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당시 인사 이유에 대해 대통령실과 교육부는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 쉽게 내라는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담당자가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막상 시험 성적표를 뜯어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했던 국어는 ‘물국어’(매우 쉬운 국어)로 불릴 만큼 쉬웠다.
● 불수학과 물국어… 이과 유리
이날 발표된 6모 성적 중 관심은 국어에 쏠렸다. 앞서 윤 대통령은 6모 국어의 ‘킬러 문항’을 지적했다. 교육부는 26일 발표된 사교육 경감 대책에서 6모 국어 14번, 33번 문제를 ‘킬러’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한 바 있다. 6모 국어의 만점(표준점수 최고점)은 136점으로 지난해 수능(134점)보다 2점 높았다. 점수만 보면 수능보다 다소 어려웠다는 뜻인데, 문제는 만점자가 예상외로 대거 쏟아졌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이는 국어에 킬러라고 부를 만한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라며 “대통령의 우려와 달리 오히려 변별력을 확보하지 못할 만큼 쉬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학은 최근 8년간 치러진 6모 중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2학년도 문이과 통합 수능 도입 이후 치러진 모의평가와 수능을 통틀어서도 가장 어려웠다. 또 국어와 수학의 만점 격차는 15점까지 벌어졌다. 두 과목의 난도 격차가 컸다는 뜻이다.
고교 문과생은 국어에, 이과생은 수학에 각각 강점이 있다. 국어가 쉽고 수학이 어려우면 결과적으로 이과생에게 유리한 입시 구도가 형성된다. 이 때문에 이과생들이 대거 대학 경제 및 경영학과 등 인문계열에 지원하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어, 수학과 달리 절대평가인 영어는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비율이 7.62%로 지난해 6모, 지난해 수능과 비슷했다. 과학탐구, 사회탐구는 대체로 지난해 수능 수준이었다. 6모에 응시한 수험생은 총 38만1673명이었다. 고3 재학생은 30만6203명,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등은 7만5470명이었다.
● 9월 모평-수능 “쉬워질 것” 전망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출제 당국이 9월 모의평가와 수능 난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학은 ‘불수학’ 평가를 받을 정도로 킬러 문항이 작동했던 만큼 난도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반면 평이하거나 쉽다는 평가를 받은 국어, 영어는 수능도 지금 수준대로 출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평가원이 지난해부터 어렵게 냈던 수학 공통과목(수학Ⅰ, 수학Ⅱ)을 올해는 쉽게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에서 킬러 문항이 빠지면 상위권 학생 중 상당수는 대입에서 유리한 미적분을 선택하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킬러 문항을 배제하면서 변별력을 확보할 묘안은 찾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저도 평가원장 시절 킬러 문항을 가능한 한 배제하려고 노력했는데,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킬러) 문항을 없앤다고 수능이 해결되고 대학입시가 제자리를 찾고 그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정부가 하루빨리 보다 명확한 수능 출제기준을 제시해 수험생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표준점수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험생이 실제로 얻은 원점수를 토대로 과목 간 난이도 등을 반영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다시 새롭게 산출한 점수. 2005학년도부터 원점수 대신 표준점수를 공개하고 있다. 시험이 어려우면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이 높게 나오고, 반대로 쉬우면 낮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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