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찜통더위를 가리켜 생긴 말이다. 처음엔 대구의 더운 날씨를 비꼬는 의미로 사용됐으나 이제는 대구시가 여름 별칭으로 공식 사용할 정도로 인식이 좋아졌다. 여름이 여름답게 뜨거우면 좋다는 대구 사람들의 자신감이 묻어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지만 타지 사람들에게 대구는 벌써부터 뜨겁게 느껴질 것이다. 내려쬐는 햇볕이 얼마나 강렬한지 풍광이 아무리 뛰어난 여행지라도 찾아다니는 것이 곤혹스러울 정도다. 이럴 때는 해가 떨어지길 기다렸다가 길을 나서 시원해진 공기와 함께 밤 풍경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 대구 곳곳에 펼쳐져 있는 야경 명소와 밤마실 다니기 좋은 코스를 거닐어 본다.
어두울수록 찬란히 빛나는 대구의 밤
황홀한 야경은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남구 앞산에 올라 감상할 수 있는 도시 야경이 그렇다. 앞산은 대구의 남쪽에 위치한 해발 659m 높이의 대표 산이다. 대구를 내려다보며 우뚝 서 있는 팔공산이나 비슬산보다는 낮지만 대구 시민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매년 30만 명 이상이 이곳 앞산에 오른다고 한다.
앞산의 백미는 단연 정상부 앞산전망대에서 감상할 수 있는 야경이다. 지난해 11월 새롭게 단장했는데 이곳에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을 들어준다는 달 토끼 한 마리를 새롭게 놓았다. 특히 밤에는 달 토끼 조형물에 조명을 밝히는데 시커멓게 어두워진 산과 조화를 이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도심 야경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때는 따스한 노을을 바라보며 낭만을 느낄 수 있고 하늘이 완전히 까맣게 물들었을 때는 마치 별들이 대지에 내려앉은 듯한 모습의 환상적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앞산전망대까지는 주차장에서 30, 40분이면 오를 수 있어 부담도 적다. 최근에는 대구시가 앞산전망대에 확장현실(XR) 망원경 2대를 설치해 색다른 즐길 거리가 추가됐다. 산 아래 우뚝 서 있는 앞산 해넘이 전망대는 노을 뷰 맛집으로 통한다. 남구가 대명동 빨래터공원 앞에 세운 이 전망대는 13m 높이로 288m 길이의 완만한 경사로를 통해 올라갈 수 있다. 일몰 시간대 전망대 정상 지점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해가 완전히 지면 앞산전망대 못지않은 환상적인 도심 야경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해넘이 전망대와 골안골 도시형 캠핑장을 연결하는 앞산 하늘다리, 일명 ‘사랑의 오작교’도 야경 명소다. 이 다리는 앞산 순환도로를 가로지르는 첫 경관교량으로 교량 중앙에는 하트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연인들이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밤에는 하늘다리에 조명이 들어오고 잔잔하게 들려오는 음악 소리가 분위기를 더욱 로맨틱하게 만들어 준다.
앞산까지 왔으면 인접 안지랑 곱창골목에서 곱창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안지랑 곱창골목은 곱창을 좋아하지 않는 이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만큼 유명하다. 1979년부터 점포가 하나둘 생겨나면서 50여 개까지 늘었고 2005년 곱창거리가 조성됐다. 약수터에서나 볼 수 있는 플라스틱제 바가지에 가득 담겨 나오는 양념곱창이 대표 메뉴다. 통째로 구워 잘라 먹는 막창과 쫄깃한 닭 염통까지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가게마다 양념 맛과 누린내를 잡는 비법도 다르다. 묽은 막장에 쪽파와 다진 고추를 넣은 양념장은 대구 곱창만의 비결이다.
한적한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앞산 카페거리에 가볼 것을 추천한다. 이곳은 과거 고급 주택들이 몰려 있어 대구의 부촌으로 불렸다. 주거 문화가 아파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과거 주택을 개조해 만든 카페들이 많이 생겼다. 고지대에서 도심 야경을 볼 수 있는 전망이 좋은 카페도 있고 개인이 문을 연 개성 만점의 가게들도 있다. 핸드드립 커피부터 브런치까지 메뉴가 다채롭다. 구석구석 골목을 찾아다니며 나만의 카페를 찾아 보는 것도 추천한다.
수면 위로 오색 조명이 떠오르고
야경 하면 높은 곳에서 볼 수 있는 발아래로 펼쳐진 전경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대구 도심에서는 이에 못지않은 훌륭한 야경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수변 공원에서 감상할 수 있는 야경은 환상적인 풍경을 선물한다. 잔잔한 수면 위로 비친 조명은 밤하늘 위 별빛이 반짝이는 듯한 착시 현상까지 일으킨다.
수성구 수성못은 대구 사람들이 밤 데이트 코스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다. 1925년 농업용수 공급용 인공 저수지로 조성됐는데 2000년대 초반까지도 주변에 논과 밭이 있었다. 2010년대 들어 수성구가 산책 덱 같은 시설을 늘리고 개선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수변 공원이 됐다. 한국관광공사의 야간관광 100선에 올랐으며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관광 100선으로 뽑기도 했다. 수성못은 봄에는 왕벚나무가, 가을철에는 보랏빛 맥문동 군락지가 야간 조명과 조화를 이루며 황홀한 야경을 선사한다. 특히 밤에 화려한 조명과 함께 못 한가운데서 음악분수가 춤을 춘다. 걷다가 지치면 앉아서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줄지어 있다.
가까운 두산오거리로 발걸음을 옮기면 또 다른 야경 명소인 범어천이 펼쳐진다. 범어천은 범물동 진밭골에서 발원해 중앙고를 거쳐 신천으로 합류하는 길이 2.3㎞ 자연 하천이다. 1980년대 들어 산업화 속에 오염이 심각했지만 2009년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통해 도심 산책 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물소리를 들으며 범어천에 비친 야경과 그 위를 달리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은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달성군 강정보 디아크는 4대강 사업을 통해 조성된 건축물이다. 이집트 국적의 세계적인 건축 설계자 하니 라시드가 강과 물, 자연을 모티브로 구상해 완성했다. 이국적이고 예술적인 외관으로 대구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디아크 주변에 조성된 수변 공간과 자전거길은 시민들에게 녹색 쉼터로 활용되고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붐비기도 한다. 밤에는 디아크에 형형색색 조명이 들어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다.
달성군 달성노을공원은 낙동강 자전거길 코스 가운데 놓였다. 자전거 레포츠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공간이다. 잠시 쉬어가기도 좋고 해 질 녘 노을이 내려앉는 풍경이 아주 멋있다. 주말에는 대구뿐만 아니라 근교 지역에 사는 방문객들까지 많이 찾는다. 텐트를 설치하고 휴식을 취할 수는 있는데 야영이나 취사는 금지다. 특히 밤이 되면 달성보에 경관 조명을 밝혀 화려한 야경을 선물한다.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밤마실 떠나요
신선한 밤공기를 맡으며 대구 밤거리를 거닐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중구 근대골목에서는 주말 밤마다 ‘근대골목 밤마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달빛이 드리운 밤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근대골목길을 따라 걸어보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골목 문화 해설사와 함께하는 밤마실 투어는 영남대로에서부터 시작해 약령시한의약박물관, 교남YMCA, 계산예가, 계산성당, 3·1만세운동길, 동산선교사주택, 서문야시장을 돌아보는 코스로 진행된다.
여러 나라, 여러 지역의 야시장처럼 대구의 야시장도 대표적인 밤마실 코스다. 중구 서문야시장은 한강 이남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에서 열린다. 야시장은 2016년 개장해 지금까지 2000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 막창구이나 츄러스, 닭꼬치구이, 랍스터구이 등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부스가 펼쳐져 있다. 간이 식탁과 의자에서 먹을 수 있다. 북구 신천변을 따라 형성된 칠성야시장도 볼거리와 먹거리가 다양하다. 특히 신천 야경을 바라보며 맥주 한 잔을 할 수 있는 것은 칠성 야시장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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