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을 이어온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기업결합 심사가 또다시 지연된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심사가 중단되며 추이를 지켜보던 미국의 심사 결과 역시 뒤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심사가 늦어진 만큼 합병 불허 명분이 줄어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3일 대한항공의 기한 연장 요청에 따라 기업결함 심사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EU 당국은 오는 8월3일 합병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었다. EU 당국은 지난 5월17일 1단계 심사 단계에서 결론을 내놓지 않고 2단계 심사에 돌입했으며 7월5일로 예정된 발표일도 8월로 미룬 바 있다.
이번 조치로 EU당국의 결과 발표는 세 차례나 밀린 셈이다. 대한항공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두 달가량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일본과 EU 당국의 심사결과가 나오는 8월쯤에 합병 성사 여부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됐다. 대한항공은 이달 중으로 일본 경쟁당국에 합병에 관한 독과점 우려 해소방안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일본과 EU의 심사 결과를 지켜보려는 미국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지난달 EU 당국이 중간심사보고서를 낸 직후 미국 법무부가 인수합병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다는 현지 언론보도가 나오는 등 각국 경쟁당국의 움직임이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심사가 내년까지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미국의 심사진행이 EU의 움직임과 연계되는 분위기에서 EU의 심사가 밀리게 된다면 그만큼 최종 합병성사 여부가 늦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편에선 이번 연장 자체가 결합심사 승인에 그만큼 가까워진 것을 의미해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김연명 한서대 항공부총장은 “(합병) 승인을 위해 다시 검토하는 과정에서 연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EU가 요구한 조치에 대한항공이 상응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면 불허를 하면 그만이다”며 “연장이 얘기됐다는 것은 그만큼 대한항공 제출 내용을 심도 있게 심의한다는 의미로 오히려 EU에는 불허 명분이 줄어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한항공은 “시정조치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EU 집행위원회와 심사기한 연장 협의를 진행했으며 연장이 결정됐다”며 “원만하게 시정조치 협의를 완료하고, 최종 승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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