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은 3년 만에 30% 올랐는데 손님은 같은 기간에 절반 이하가 됐어요. 문을 열수록 적자라 예약제로 바꿨어요.”
서울 중랑구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김혜경 씨(47)는 최근 가게를 예약제로 변경했다. 김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방역 규제가 완화되면서 손님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며 “폐업하려 해도 3000만 원 이상 든다고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입었던 키즈카페 중 상당수가 엔데믹 후에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물가가 오른 동시에 3년간 누적된 저출산의 여파가 한꺼번에 덮친 탓이다. 전국에서 키즈카페 등이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3년 만에 키즈카페 3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 자취 감춘 단체 손님, 공간 대여 등 자구책 마련
키즈카페 운영자들은 주 수입원이었던 ‘단체 손님’이 돌아오지 않는 게 제일 문제라고 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한 어린이집에서 원생이 5명밖에 없다면서 15명부터 가능한 단체 할인을 해 달라고 하더라. 얼마나 힘들까 싶어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해 줬는데 요즘 15명 이상 단체가 씨가 말랐다”고 하소연했다.
엔데믹 이후에도 손님이 돌아오지 않는 건 영유아 인구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전국 0~7세 인구는 3년 만에 336만1576명에서 263만139명으로 21.8% 줄었다. 부산의 경우 영유아 인구가 같은 기간 22.7% 감소했다.
여기다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운영 부담이 더해진 탓에 상시 운영을 폐지하고 예약제로 운영하는 곳도 늘고 있다. 일부는 생일파티나 기념일을 위한 공간 대여 사업으로 활로를 찾기도 한다. 경북 칠곡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이지영 씨(38)는 “현재는 키즈카페 운영보다 공간 대여를 더 많이 해주면서 매출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 4월 출생아 처음 2만 명 아래로
전국에서 키즈카페가 가장 많은 광역지자체인 경기도의 경우 2019년까지 키즈카페가 꾸준히 증가하다 2019년 512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345곳으로 3분의 1가량이나 줄었다.
문제는 저출산 상황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뚜렷한 해법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3년 4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4월 출생아 수가 처음 1만 명대로 떨어지면서 인구가 42개월째 자연 감소했다. 4월 출생아 수가 2만 명보다 적은 것은 월간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처음이다.
서울 강서구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B 씨는 “고정적으로 오는 단골손님은 코로나19 이전의 절반에 불과하다. 일반 평일 손님은 70%나 줄었다”며 “폐업밖에 답이 없나 싶어 막막하다”고 했다.
양기정 한국키즈카페협회장은 “최근 공공 키즈카페까지 늘며 안 그래도 영업이 어려운 민간 키즈카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민간 키즈카페를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발행하는 등 공공과 민간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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