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세상에 나온 지 5일 만에 바닥에 떨어져 의식 불명에 빠졌던 ‘아영이’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아영이의 장기를 또래 친구 4명에게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29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아영이 유족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0월부터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받던 정아영 양(5)은 지난 28일 사망 선고를 받았다.
그동안 아영양은 인공호흡기를 통해 생명을 유지했지만, 지난 23일 갑작스러운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과 약물치료를 받았다. 심장 기능은 회복했지만, 심정지 충격으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에 유족은 아영양의 장기 기증을 결정했고, 이날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통해 심장, 폐장, 간장, 신장 등을 기증했다.
아영양의 아버지는 “그동안 아영이를 응원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밝혔다. 아영양의 장례는 이날부터 사흘간 양산부산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다.
아영양은 2019년 10월 20일 일 부산 동래구에 있는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지 5일만에 바닥에 떨어져 머리를 다쳤고 의식불명에 빠졌다.
경찰은 해당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 씨(30대·여성)가 불상의 방법으로 아영이를 떨어트린 사실을 밝혀냈다.
A 씨는 재판과정에서 “임신 상태에서 3일 연속 밤 근무를 해 스트레스가 컸다”, “다른 간호조무사 때문에 생긴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목조차 가누지 못하는 신생아들을 거꾸로 잡고 흔드는 등 반인륜적인 학대 행위를 저질렀다”며 “이로 인해 위중한 상태에 놓인 자식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부모 마음을 헤아리기조차 힘들다”고 A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A 씨는 항소했지만, 지난 1월 부산고법은 항소를 기각했고,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이 확정됐다.
이날 아영양의 유족들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해 “아이가 세상에 온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아영이가 어디선가 다른 몸에서 살아 숨 쉬길 바라고 다른 이를 살리고 싶은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문인성 장기조직기증원장은 “갓 태어난 아이의 사고를 겪은 가족의 아픔이 너무나 클 텐데 아픔 속에서도 다른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기증을 해줘 감사하다”며 “또래 아이들의 생명을 살려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영양은 3년 전 부부의 간절한 바람 끝에 낳은 늦둥이 막내딸이었다고 한다. 아영양의 위로는 이미 9세, 7세 오빠 두 명이 있던 상태였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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