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8개 종목의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드러난 라덕연 일당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주가조작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주가조작 패가망신법’이 라덕연 사건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우 ‘조 단위’ 과징금 처벌이 내려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주가조작 등 주식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해 형사처벌 뿐만 아니라 부당이득 환수와 부당이득의 2배에 달하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개정안은 ‘현재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처벌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라덕연 일당도 소급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30일 국회는 본회의 안건에 부당이득 환수와 과징금 처분 강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부의해 가결시켰다. 개정안은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법률 개정안은 부칙 제 3조와 4조에서 ‘수사중인 사건’과 ‘법원에 계속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명시했다.
통상 새로운 법이 시행되면 이후 신규 발생한 사건이나 범죄에 대해 적용한다. 소급적용은 하지 않는 것이 대원칙이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엄밀히 말해 소급적용은 아니지만 부칙에서 ‘수사·재판중인 사건’을 포함하기로 했기 때문에 적어도 법 시행 시점에 수사나 재판이 진행중이라면 법률 적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주가조작 및 시세조종 등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7800억원 이상, 기관투자자와 자본시장 전체에 8조원 이상의 손실을 입힌 것으로 추정되는 라덕연 일당은, 법 시행 시점인 내년 1월까지 재판이 이어질 경우 형사처벌 외에도 강력한 경제처벌도 받게 될 전망이다.
검찰은 라덕연 일당이 2019년부터 올해 4월까지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투자자문회사를 운영하며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뒤 8개 상장기업 주식을 통정매매 등의 방법으로 시세조종해 약 7305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고 보고 있다.
또 투자자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해당 휴대전화로 주식거래를 하고 투자자 동의 없이 개설된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위탁 관리하며 수수료 명목으로 1944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도 있다. 이들은 범죄수익 1944억원을 자신들이 관리하는 법인 또는 음식점의 매출수입으로 가장하거나 차명계좌로 지급받아 세탁하고 은닉한 것으로 조사됐다.
즉 개정 법률을 적용할 경우 라덕연 일당은 총 9249억원의 부당이득을 모두 환수당하고 이에 더해 최대 2배인 1조8498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라덕연 일당에겐 적용되지 않지만, 개정된 법률이 시행되면 ‘부당이득’을 산정하는 방식도 명확하게 개선된다.
그동안은 법률에 ‘부당이득액 산정기준’이 따로 없어 주가조작이나 미공개정보이용 등을 저지르더라도 실제 범죄자가 취한 이익을 정확히 산정조차 하지 못했었다. 때문에 부당이득 규모 자체가 줄어 주가조작 일당의 처벌도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경향이 있었던 것.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는 부당이득 산정 공식을 명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부당이득의 경우 총수입에서 총 비용을 뺀 것으로 간주한다. 주가조작이나 불법공매도 등 불법 거래로 발생한 총 수입에서 그 거래를 위한 총 비용을 공제한 차액을 ‘부당이득’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증권범죄로 인한 부당이득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신속하고 명확하게 파악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비단 라덕연 일당 뿐만 아니라 또 한번 발생한 5개 종목의 무더기 하한가 배경으로 알려진 온라인 투자카페 운영자 강모씨 역시 같은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모씨는 이번 ‘작전’으로 150억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법이 적용되면 3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특히 강씨는 앞서 비슷한 형태의 주가조작 및 시세조종 혐의가 적발돼 재판을 받았으나 당시 부당이득 산정이 모호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고 이번에 또 다시 유사한 사건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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