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치 약 미리 사두세요”… ‘과잉 비대면 처방’ 유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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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계도기간 내달 종료 앞두고
일부 의사-인플루언서 구매 부추겨
“지금 사야 앞으로도 비대면 가능”
정부 “중대 위법행위 수사 의뢰”

“지금 한 상자라도 사놔야 합니다. 두 달 후 계도 기간 끝나면 예전에 진료를 받았던 분들만 처방 받아 약(식욕억제제)을 살 수 있거든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가 50만 명이 넘는 인플루언서 양모 씨는 자신의 SNS 계정에서 30포에 22만9000원인 한방 식욕억제제 상품을 홍보하며 이 같은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지금 미리 사놔야 하는 거죠” 등의 문의 댓글이 40개 이상 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부가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가 지난달 1일부터 다시 제한됐다. 다만 의료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처벌을 3개월 유예했는데, 이 계도 기간을 이용해 불필요한 진료나 처방을 유도하는 사례가 많아 논란이 되고 있다.

● “1년 치 처방 받으세요”

지난달 1일부터는 만성질환자 등을 제외하면 초진 비대면 진료가 금지됐다. 또 재진 비대면 진료인 경우에도 90일 치 이상은 약을 처방할 수 없게 됐다. 병원이 비대면 진료만 하는 걸 막기 위해 월 전체 진료의 30% 이내에서만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양 씨 같은 인플루언서들은 8월 말까지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필요 없는 초진과 처방을 유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의료계 관계자는 “만성질환자가 아니면 초진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진료를 받을 때만 재진으로 인정된다. 지금 진료를 받으면 계도 기간 후 재진을 받을 수 없는데 이런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의사나 한의사 중에서도 다이어트약이나 탈모약 등에 대해 과잉 처방을 유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대면 진료를 통해 2주 전 탈모약을 구매했다는 박모 씨(48)는 “초진이었지만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1년 치 탈모약을 샀다”며 “원래 3개월 치를 사려고 했는데 의사가 ‘집이 멀어 자주 못 오지 않느냐. 계도 기간이니 1년 치를 한꺼번에 구매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3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 5곳을 확인해 본 결과 절반 이상의 의사가 탈모약이나 다이어트약에 대해 “6개월∼1년 치 처방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 “중대 위법 행위는 경찰 수사 의뢰”

코로나19 확산 기간에는 전체 진료 건수 중 비대면 진료에 대해 별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병원이 비대면 진료만 하면서 인근 주민에게 의료 서비스를 소홀히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달 1일부터 전체 진료의 30% 내에서만 비대면 진료를 하게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계도 기간이라는 점을 이용해 일부 의사는 대면 진료를 거부하고 있다. SNS에 올린 한약 광고를 통해 접촉한 한의원 관계자는 “현재 대면 진료는 불가능하고 온라인으로만 처방을 해준다”며 “비대면 진료를 받으면 한약 성분이 포함된 다이어트약을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계도 기간을 악용하는 사례가 이어지자 복지부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기관과 협업해 비대면 진료 관련 위법 사항과 불법 광고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동시에 계도 기간이라고 해도 마약류나 오남용이 우려되는 의약품을 비대면으로 처방하는 등 중대한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경찰 수사까지 의뢰할 예정”이라고 했다.

#1년치 약#과잉 비대면 처방#단속 계도기간 내달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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