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선 ‘공공 베이비박스’로 4000여명 살려… “韓도 익명 출산 허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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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7월 5일 20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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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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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생미신고 아동의 유기·살해를 막기 위한 논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미국에선 20년 넘게 운영해 온 공공 베이비박스 제도를 통해 4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구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뒤늦게 출생통보제 법안이 통과됐지만 전문가들은 미등록 아동 사각지대를 줄이려면 보호출산제 등 추가 대책에 대한 논의가 하루빨리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 미국 ‘안전한 피난처법’ 영아 4414명 구해
1990년대 미국에서 영아 유기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1999년 텍사스주에서 처음 ‘안전한 피난처법(Safe Haven Law)’이 도입됐다. 친모가 낳은 아이를 경찰, 소방, 병원 등에 익명으로 양도하고 학대 흔적이 없는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한 제도인데 영아 유기를 막는 효과가 인정돼 현재 50개 주 전체로 확산돼 운영 중이다.

공공이 운영하는 베이비박스인 셈인데, 비영리단체 국가안전한피난처연맹(NSHA)에 따르면 법 도입 이후 올 6월까지 총 4414명의 영아가 구조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에도 사설 베이비박스가 있지만 현행법상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간 친모는 영아유기로 기소될 수 있다. 베이비박스에 놓여진 아이 역시 보육원 등 시설로 옮겨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에서 ‘안전한 피난처’로 양도된 아이는 지방자치단체 아동보호 부서에 보내져 입양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2020년 연구에 따르면 2008~2017년 인구 10만 명당 영아살해 비율은 7.2명이었다. 이는 법 시행 전인 1989~1998년 8.3명에 비해 13% 줄어든 수치다. 특히 출생 후 24시간 이내 영아 살해 비율은 같은 기간 인구 10만 명당 222명에서 74명으로 3분의 1이 됐다.

● “보호출산제 논의 시작해야”
한국에선 ‘유령 아이’를 막기 위해 병원이 아이의 출생 정보를 의무적으로 지자체에 통보하게 만드는 출생통보제 법안이 통과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신분 노출을 꺼리는 임신부가 병원 내 출산을 포기하고 병원 밖 출산을 택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미등록 아동 보호라는 법의 취지와 정반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처럼 공공 베이비박스 등을 통해 익명으로 아이를 낳고 양도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보호출산제를 도입한 독일 프랑스 등에선 친부모가 병원에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익명이나 가명으로 출산하고 아이를 양도할 수 있다. 출산 전부터 입양 절차 등도 안내해 준다.

하지만 보호출산제를 두고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보호출산제는 아이를 입양시키거나 포기하기 쉽게 만들 수 있다”며 “미혼모가 경제적 어려움 등을 극복하고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관련 지원을 강화하는 게 근본적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헤더 버너 국가안전한피난처연맹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도 법이 시행되면 아이를 쉽게 유기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며 “제도 시행 후 아이를 양도한 여성들은 대부분 성폭행 등 범죄 피해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부모였다”고 했다.

익명 출산과 양도가 현실화될 경우 아이의 ‘부모를 알 권리’가 침해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안전한 피난처에 놓인 아이는 부모 정보를 알 길이 없고, 부모도 아이를 되찾을 수 없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지적을 감안해 독일과 프랑스에선 공공기관이 친모 신상정보를 관리하면서 아이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부모가 이를 원치 않을 경우 법원을 통해 신상정보 열람을 막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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