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년간 영아살해 55.8% 불구속 기소
같은 기간 살인죄 불구속 기소의 7배
“형법상 형량 낮아 당연한 결과”
#1. A 씨는 2021년 7월 새벽 경기 안양 자택 화장실에서 신생아를 출산했다. 원치 않은 아이의 출산에 겁을 먹은 A 씨는 화장실 변기에 아이를 3분간 방치했다가 비닐봉투에 넣어 밀봉했다. 아이는 ‘컥’ 소리를 내며 발버둥쳤지만 결국 비닐봉투 안에서 숨을 거뒀다.
#2. B 씨는 2020년 1월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에서 혼자 출산을 했다. 즉석만남으로 알게 된 남성과의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B 씨는 가족이나 주변에 출산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갓 태어난 아이를 숨지게 했다. A, B씨는 영아살해죄로 체포됐지만 구속되지 않았고 이후 재판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들처럼 양육이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 등으로 자녀의 목숨을 직접 끊는 영아살해죄의 경우 검찰에서 구속하지 않고 재판에 넘기는 비율이 살인죄보다 7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가 5일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20년간 영아살해죄 접수 및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3~2022년 검찰은 영아살해 혐의로 총 163건을 기소했다. 이 중 피의자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긴 것은 91건, 구속 상태로 기소한 것은 72건이었다. 영아살해 혐의 피의자의 불구속 기소율은 55.8%였다.
반면 살인 혐의로는 같은 기간 총 1만3169건의 기소가 이뤄졌는데 불구속 기소율은 8.2%(1084건)였다. 특히 2020년엔 영아살해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의 60%가 불구속 기소된 반면 살인 혐의 피의자의 불구속 기소율은 10.4%였다. 2021년에는 영아살해 혐의 피의자의 80%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살인 혐의 피의자의 불구속 기소율은 11.5%였다.
<최근 5년간 영아살해죄와 살인죄 불구속 기소율 비교>
영아살해죄
일반살인죄
2018
20%
8.6%
2019
57.1%
8.7%
2020
60%
10.4%
2021
80%
11.5%
2022
27.2%
13.3%
※자료: 법무부,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
검찰은 영아살해죄가 살인죄보다 형법상 형량이 낮아 자연스런 결과라는 입장이다. 형법상 살인죄는 최소 5년 이상의 징역부터 사형까지 처해질 수 있지만 영아살해죄는 최대 형량이 10년이다. 형법상 영아살해죄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해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했을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친자녀를 살해하는 극단적 상황에 몰린 친모의 사정 등을 참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영아살해죄를 따로 만든 것은 양육능력이 없이 출산해 어쩔 수 없이 살해를 저지른 여성들을 위해 감형을 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형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가벼운 구형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주혜 의원은 “최근 영아살해죄의 중대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어 새로운 양형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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