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0년 맞은 창업 포럼
대덕특구서 매월 셋째주에 열려
145개 기업 참석해 아이디어 공유
“정부 지원 없이 네트워크 구축”
2013년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원점과도 같은 대전 유성구 도룡동에서 창업 이야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김채광 한국엔젤투자협회 부회장(당시 중소벤처기업부 공무원)과 윤세명 중기부 기술혁신정책과장이 각각 회장과 간사를 맡은 ‘도룡벤처포럼’이 그해 6월 문을 열면서부터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1973년 조성한 대덕특구(당시 대덕연구단지)에서는 오랜 후에도 창업 열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부 지원 아래 과학기술의 메카로 성장했지만 민간 중심의 미국 실리콘밸리와 달리 창업 혁신 생태계로 발전하지 못한 때문이다.
도룡포럼은 그동안 매월 셋째 주 목요일 대덕테크비즈센터 등지에서 거의 거름 없이 열렸다. 스타트업을 포함해 145개 기업이 참석해 창업 아이템과 기업을 소개하고 250명 전문 연사와 패널들이 허심탄회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엎어질 때는 잘 엎어지라’는 폐업 노하우도 소개됐다. 중소벤처기업 정책, 글로벌 시장 동향에 대한 열띤 토론도 벌어졌다.
포럼을 만든 김 회장과 윤 간사는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제도(TIPS)와 엔젤매칭 펀드 제도를 마련한 중기부의 ‘창업통’들이다. 김 회장은 “오래 살아온 대전을 위해 뭔가 기여할 게 없을까 고민하다 대덕특구에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 보자는 데 생각이 미쳤다”며 “대덕특구에는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수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실리콘밸리적 환경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그는 동료 공무원이던 윤 간사와 의기투합했다. 윤 간사는 과학고 출신으로 KAIST에서 기계항공공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연구원 생활을 잠시 하다 행정고시(49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포럼은 이제 지역 민간 창업 생태계의 요람으로 성장했지만 그 시작은 썰렁했다. 첫 포럼장을 채운 건 운영진 2명과 발표자뿐이었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에 운영도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점차 취지에 공감한 재능 기부자와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고 창업과 기업 운영에 실제적인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성황을 이루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벤처기업 메디슨의 창업자인 고 이민화 KAIST 교수 겸 벤처기업협회 초대회장은 생전에 5번이나 연사로 참여해 깊은 애정을 보였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과 국내 대표 인공위성 업체인 세트렉아이 박성동 의장, 김철환 카이트 창업가재단 이사장,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등도 참여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과 대전팁스타운 등이 공간을 지원하고, KAIST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운영을 도왔다.
지난달 15일 포럼 창립 1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김 회장은 “정부 지원을 받지 않은 덕분에 독자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참여자가 주인이 되는 포럼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스타트업 시절부터 참여해 온 기업들은 고비마다 도룡포럼이 든든한 조언자 역할을 해줬다고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초창기부터 포럼에 관여해 온 이석봉 대전시 경제과학부시장은 축하 인사를 통해 “도룡포럼이 지역을 대표하는 창업포럼으로 성장한 데 감사한다”면서 “딥테크를 중심으로 판교라인(사무직·IT 인재들이 판교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 현상)이 대전라인, 부산라인으로 점차 남하하도록 기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럼에 꼬박꼬박 참석해 투자 멘토링을 해온 김판건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는 “지역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위해 공공 영역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도 활발한 네트워킹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도룡포럼이 등반대장 역할을 충실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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