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네트워크’ 이르면 연내 시행
문의절차 없애 골든타임 확보
권역심뇌센터 중심 협력체계 구축
지난해 11월 29일, 뇌경색 환자 A 씨(59)는 경기 평택시의 한 중소병원 입원 중에 상태가 갑자기 나빠졌다. 막힌 뇌혈관을 응급수술로 뚫어야 했다. 의료진은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아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화로 환자 상태를 일일이 설명하고, 응급실 의료진이 수술 의사 손이 비는지 물어보느라 병원 섭외가 늦어졌다. A 씨는 상태가 나빠진 지 6시간 만에야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식물인간이 됐다.
정부가 A 씨처럼 심뇌혈관질환 환자가 전원(轉院·병원을 옮김)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수술 의사끼리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전문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5일 ‘제2차 심뇌혈관질환 관리 종합계획(2023∼2027)’ 공청회를 열고 “심뇌혈관질환 인적 네트워크를 새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뇌졸중이나 급성심근경색 등 응급 심뇌혈관질환은 골든타임이 짧은 만큼, 이송이나 전원 과정에서 불필요한 문의 절차를 없애고 수술 의사끼리 직접 연락하면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봤다. 지금은 인접 병원 의사들이 알음알음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환자를 받아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실정이다. 앞으로는 이런 네트워크를 공식화해 환자 정보를 안전하게 공유할 플랫폼도 제공하고 건강보험 적용 여부도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네트워크 지원 사업은 이르면 올해 안에 시행된다.
복지부는 전국 14곳인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권역심뇌센터)를 중심으로 인근 중소병원 및 119구급대와 협력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심뇌혈관질환으로 의심되는 응급환자가 생기면 119구급대원이 곧장 권역심뇌센터 당직 전문의에게 알려 수술을 준비하거나 적절한 병원을 안내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권역심뇌센터 환자 중 119구급차를 이용해 이송된 비율이 심근경색은 36.6%, 뇌졸중 43.2%에 불과했는데, 이 비율을 높여 골든타임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해영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수술 의사가 줄어드는 추세를 당장 되돌리기 어렵다면 의사와 환자를 신속히 연결해줄 시스템이라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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