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된 소아과 문닫는 이유…“악성민원 더 못견디겠다”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6일 15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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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서비스 불충분하다며 악성 민원 제기"
"통증·내과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로 전환"

지난 3월 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소아청소년과 폐과 선언을 한 이후 실제 다른 과로 전환하는 사례가 파악됐다. 다만 이번 폐과는 경영난이 아닌 보호자의 악성민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20년 넘게 소아청소년과의원을 운영해 온 김모 원장은 이날 의원에 폐과를 공지한 글을 게재했다.

김모 원장은 “꽃 같은 아이들과 함께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살아온 지난 20여년, 제겐 행운이자 기쁨이었다. 하지만 OOO 보호자의 악성 허위 민원으로 인해 2023년 8월5일로 폐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타 병원 치료에 낫지 않고 피부가 붓고 고름, 진물이 나와서 엄마 손에 끌려왔던 4세 아이. 2번째 방문에서는 보호자가 많이 좋아졌다 할 정도로 나았다. 하지만 보호자는 간호사 서비스 불충분을 운운하며 허위,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 환자가 아닌 이런 보호자를 위한 의료행위는 더 이상 하기 힘들다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보호자가 아닌 아픈 환자 진료에 더욱 성의정심, 제 진심을 다하기 위해 소아청소년과의원은 폐과하고 (만성) 통증과 내과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로 살아가겠다”고 말햇다.

마지막으로 그는 “더 이상 소아청소년 전문의로 활동하지 않아도 될 용기를 준 ??? 보호자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서비스망(SN S) 계정을 통해 이번 폐과 사실을 공유하면서 “우리나라 모든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오늘도 겪고있는 문제”라며 “실제로 얘기를 들어보니 더 심각하고 더 화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소아청소년과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을 살펴보면 소아청소년과는 2013년 2200곳에서 올해 1분기 기준 2147곳으로 53곳(2.4%) 감소했다.

앞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3월 기자회견을 열고 장기적인 저출산 흐름, 고착화된 낮은 수가(진료비)등을 이유로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며 소아청소년과 간판을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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