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0여 년 전 침몰한 타이태닉호의 잔해를 보기 위해 심해로 들어갔던 관광용 잠수정 ‘타이탄’호가 내부 폭발해 5명의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6.7m 길이의 잠수정 타이탄은 애초에 충분한 안전 검증 없이 운용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타이탄 운영사의 최고경영자는 “안전을 위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를 무시했고, 1인당 25만 달러(약 3억2500만 원)의 큰돈을 낼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부자들은 ‘죽을 수도 있다’는 서약서에 서명까지 하면서 극한 체험을 즐겨 왔습니다. 어쩌면 이번 참사는 안전 불감을 넘어서 책임자의 오만함이 불러온 예견된 사고였는지도 모릅니다.
숨진 이들이 탐사하려던 타이태닉호 역시 침몰 전까지 숱한 경고를 무시했던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 ‘타이타닉’(1997년)을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타이태닉호) 선장은 반복적 경고를 무시하고 달도 없는 밤에 전속력으로 얼음 밭으로 돌진해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다”며 비판했습니다. 훗날 선원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찰스 라이톨러(사고 당시 38세·사진)가 공포와 절망이 교차하던 타이태닉호의 마지막을 증언했습니다.
1912년 당대 최고 초호화 여객선 타이태닉은 영국의 사우샘프턴 부두에서 출항해 미국 뉴욕으로 가던 중,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빙산에 부딪히면서 우현(오른쪽)이 손상됩니다. 배의 침몰이 분명해지자 수천 명의 승객들은 공포에 질려 우왕좌왕하지만 배에는 전체 인원의 절반도 탈 수 없는 16척의 구명보트와 4척의 구명정밖에 없었습니다. 선장은 여성과 아이들을 먼저 구조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그래도 당시 침몰하는 배 안에서 인간적인 드라마가 펼쳐졌음이 라이톨러의 증언으로 남아 있습니다. 많은 여성 승객들이 가족을 버리는 대신 함께 죽는 것을 택했습니다. 가라앉는 배에서 부부가 함께 의연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살아만 난다면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세계 최고 부자들 중에서 구명보트의 자리를 양보하고 죽음을 맞이한 이들이 꽤 있었습니다. 성공한 은행가 구겐하임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배는 완전히 침몰했고 선장을 포함해 구명보트에 탈 수 없었던 1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타이태닉호의 직접적인 침몰 원인은 빙산과의 충돌이었지만 이미 선체 구조의 결함, 구명보트 부족, 감시 및 경고 시스템의 문제, 큰 참사에 대비한 대응 계획의 부재 등 안전과 관련한 허점이 매우 많았음이 드러납니다. 무엇보다 타이태닉호가 ‘침몰할 수 없는 배’라는 믿음이 강했다고 합니다. 이런 오만함은 위기를 감지하고 대비하는 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잠수정 타이탄은 여러 차례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하다 타이태닉이 침몰한 바로 그곳에서 비극적인 사고를 당했습니다. 인류는 100년 전 사고에서조차 교훈을 얻지 못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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