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입시학원 강사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경험이 있는 현직 교사들에게 돈을 주고 예상 문제를 만들게 한 정황이 파악돼 교육부가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교육부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 집중신고기간(6월 22일∼7월 6일) 운영 결과’를 발표했다. 접수된 신고 총 325건 중 대형 입시학원과 관련된 것은 64건, 사교육 업체와 수능 출제 관계자가 유착됐다는 의혹을 받는 사교육 카르텔 신고는 81건이다. 교육부는 이 중 4건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24건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요청했다.
이날 수사가 의뢰된 건 중에는 현직 교사와 대형 입시학원 강사 간의 수능 예상 문제 ‘사고팔기’가 있다. 대형 입시학원 강사 A 씨는 수능이나 수능 모의평가, 전국연합학력평가 출제 경험을 가진 현직 교사들을 관리하며 수능 예상 문제를 만들게 했다. 또 대가를 지불하고 모의고사 교재 등을 제작했다. ‘문제 출제 하도급’이 이뤄진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런 행위가 1회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며 “증거 인멸 우려 때문에 A 씨를 직접 조사하진 않았지만 제보가 구체성이 있어 경찰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에서는 A 씨가 교사들로부터 출제위원으로서의 경험만 활용한 것인지, 실제 출제된 문제까지 유출한 것인지가 집중 조사될 것으로 보인다. 혐의가 인정되면 A 씨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공정한 수능 업무를 저해한 업무방해, 교사들에게는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카르텔은 부도덕한 어른들의 욕심으로 입시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는 점에서 엄정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선 3일에도 교육부는 “수능 출제 관계자와 만났다”며 모의고사에 실제 수능과 유사한 문제를 낸 대형 입시학원 강사 B 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교육부는 수능 출제위원이 일정 기간 수능 출제 관련 집필 등의 영리 행위를 못 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사교육 시장과의 유착을 방지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7일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한 사안 중에는 학생들에게 교습비와 함께 학원 교재, 강사 교재, 모의고사 비용 등을 묶어 ‘끼워팔기’ 한 학원·강사·모의고사 업체 등이 포함됐다. 수업에서 다 풀지도 못하는 교재를 강매하거나 강의나 교재 비용을 부풀리는 식이다. 교육부는 끼워팔기로 교재 구매를 강요하는 등의 행위에 대한 제도 개선 방안을 하반기에 마련할 방침이다.
집중신고 기간이 종료됐지만 신고센터도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 앞으로 대입 수시전형, 면접과 논술 등의 대학별 고사, 실기전형 등이 예정돼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사교육 카르텔 제보까지 받겠다는 취지다. 또 공정위와 경찰청도 별도의 신고 창구를 개설해 수사나 조사를 좀 더 빠르게 진행하기로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