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3일 인천국제공항. 큰 티셔츠와 헐렁한 바지를 입은 채 어색한 걸음으로 입국하는 김모 씨(21) 등 2명에게 검찰 수사관과 세관 직원이 다가가 말했다. 수사관이 몸을 수색한 결과 김 씨의 몸에선 케타민 1.8kg이 발견됐다. 의료·동물용 마취제인 케타민은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클럽 마약’으로 불리며 퍼지고 있다.
이들은 태국에서 국내로 케타민을 들여오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닐랩에 감싸 속옷 안에 넣은 뒤 3, 4장의 속옷을 덧대입고 밀반입을 시도한 것이다.
20만 명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케타민을 국내에 들여온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케타민 밀수 조직원 14명을 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총 17명을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올 1월까지 6차례에 걸쳐 케타민 10㎏(소매가 25억 원 상당)을 국내로 들여온 혐의를 받는다. 20만 명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검찰에 따르면 단일 마약류 밀수 사건으로 17명을 기소한 것은 역대 최대 규모다. 검찰은 밀수한 케타민의 양과 범죄 형태를 고려해 범죄단체조직 및 가입·활동죄를 적용했다.
지난해 말 검찰은 조직적으로 해외를 오가며 케타민을 밀수하는 조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일부 조직원 신원을 특정한 검찰은 김 씨 등 2명이 올 1월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는 걸 파악하고 세관과 공조해 현장에서 체포했다. 검찰은 김 씨 등을 조사해 총책 최모 씨(29)와 연락책 김모 씨(32) 등 5명을 차례로 특정해 붙잡은 뒤 같은 달 18일 전원 구속 기소했다.
대부분 20대 사회초년생인 조직원들은 평소 친했던 선·후배를 영입하며 조직을 확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밀수에 성공한 조직원이 새로 영입한 조직원에게 범행을 가르쳐주는 ‘2인 1조’ 방식으로 조직원을 양성한 것이다. 조직원들은 회당 500~1000만 원을 받고 케타민을 밀수했다.
검찰은 이달까지 연락책 등 조직원 10명을 추가로 적발해 7명을 구속하고 전원 기소했다. 이들 중에는 군 입대 전 범행에 가담했던 현역 군인도 2명 포함됐다. 이들은 민간인 신분일 때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군사법원이 아닌 일반 법원에서 다른 공범들과 함께 재판을 받게 된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 밀수·유통 조직에 대해 엄정 대처하며 대한민국의 마약청정국 지위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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