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 ‘63건에 18억’ 고액 의견서…“내용 보자” 제출 요구에 난색

국회,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진행
김회재 “내용 알아야 문제 없는지 확인 가능”
장혜영 “대법관 적격성 판단에 중요한 자료”
권영준 “로펌의 정보로 볼 수도…조금 어렵다”
본업 게을리 한 것 아니냐 지적에 "일부 공감"
"적어도 연구와 교육에 성실하려고 노력했다"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대형 로펌에 법률의견서를 작성해 주고 거액의 보수를 받은 것과 관련, 의견서 제출을 요구하는 국회의원들 요청에 난색을 표했다.

권 후보자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법적 의무 위반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이같은 입장을 전했다.

청문회 본격 시작 전,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권 후보자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비롯한 대형 로펌 7곳에 법률의견서를 써 주는 대가로 거액을 받은 사실 확인을 위해 자료 요청을 요구했다.

권 후보자는 교수 재직 시절인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대형 로펌 의뢰로 총 63건의 의견서를 써준 것으로 알려졌다. 권 후보자는 해당 의견서들로 18억1561만원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적으로 건당 3000여만원을 받은 셈이다.

김 의원은 “어떤 의견서인지 내용을 알아야 의견서 작성 대가 수령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정확하게 확인을 할 수가 있어서 후보자에게 법률의견서, 법률의견서를 의뢰한 경위, 연관된 사건과 재판 현안, 재판부 구성 자료 등을 요구했는데 후보자가 비밀유지 의무로 인해 제출할 수 없다고 해서 그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권 후보자는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볼 때 고액의 소득을 얻게 된 점에 대해 겸허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송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독립적 지위에서 학자의 소신에 따라서 의견서를 작성했지만, 공정성 우려가 있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어 그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에 대해서 모든 신고 및 회피절차를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의견서 제출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는 “비밀유지 의무 위반 논란이 있고 해당 의견서가 저만의 정보가 아니라 오히려 로펌의 정보라고 볼 여지도 있다”며 “아울러 국내 법원에 제출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공개가 제한되는 소송기록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송구스럽지만 구체적인 사건 정보와 의견서를 제출하기가 조금 어렵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대법관 적격성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며 지난 2018년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 하나금융지주 측 법무법인 태평양에 써준 법률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권 후보자는 “국제중재사건은 매우 엄격한 비밀유지성이 요구되는 사건”이라며 “의무 위반에 따른 여러 부정적인 파급 효과에 대해서 말씀드렸다. 상의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로펌에 협조한 것이 아니냐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는 “당사자를 대리하는 변호사가 쓴 준비서면과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의견을 제출하거나 증언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답했다.

권 후보자는 자신의 의뢰 받았던 의견서들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부분은 국제중재절차에서 독립적인 전문가로서 한국 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내용이었다”며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외국인 중재판정부가 단지 저의 타이틀이나 전관이라는 것을 보고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매년 논문 수준에 버금가는 의견서 11~15건을 제출하면서 교수 재직이 가능하냐는 질의에 “본업을 게을리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일부 공감하는 바도 있다”며 “다만 적어도 제 연구와 교육을 매우 성실하게 하려고 진심을 다해 노력했다. 제출한 강의평가나 업무목록을 통해 평가해 달라”고 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의 장녀가 서울대 법대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받은 봉사활동 인정에 대한 확인서 사본 제출을 요청했다. 해당 봉사활동이 입시에 영향을 미쳤는지 해당 내역도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권 후보자가 “빠른 시간 내 말씀 올리겠다”고 답하자, 이상민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자료제출 요구로 30분을 넘겼다. 회의를 방해하지 않도록 후보자께서 적극 협조해달라”며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서 궁금한 사항을 질의하지 않겠느냐. 속도감 있게 해달라”고 다그쳤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