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채 규모 ‘하회 과학자 마을’ 조성
2년 임기 경북연구원으로 임명해
정책 자문-지역발전 구상 등 업무
활동 성과에 따라 입주 기간 연장
경북도가 ‘하회 과학자 마을’을 조성한다. 은퇴하는 과학기술인이 연구하고 강의하거나 창업 등을 계획할 수 있도록 일종의 ‘워케이션(Workation·일과 휴가를 병행한다는 뜻) 도시’라는 새로운 개념의 연구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는 총사업비 약 400억 원을 들여 도청 신도시와 가까운 경북 안동시 풍천면 갈전리 일대 2만7789㎡ 터에 약 66∼99㎡ 크기의 50채 건물이 들어서는 과학자 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 10월 착공해 2025년까지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올 하반기에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은퇴 과학기술인들을 대상으로 연구 계획과 지역 발전 방안 등을 심사해 마을에 입주할 50여 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모집 분야는 화학을 비롯해 생명과학, 보건의료, 신소재, 정보기술(IT)·컴퓨터, 로봇·인공지능(AI), 기계·재료, 산업공학, 인문, 사회, 경제, 문화관광 등이다. 대상은 국책 연구기관과 대학교, 기업 등에서 과학기술 또는 인문사회 분야에 종사하는 교수와 연구원이다. 안성렬 경북도 미래전략기획단장은 “관련 분야의 이해도가 높고 연구 성과가 있으며, 경북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분들을 모실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는 마을 입주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하회 사이언스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마을 입주자를 임기 2년의 경북연구원 석좌 연구원(특별 초빙 연구원)으로 임명하고 연간 연구비 4000만 원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또 도정 정책 자문단으로 위촉해 미래 연구 프로젝트도 공동 발굴한다. 24개 각 시군의 지역 발전 5개년 계획 등 비전 구상에도 협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도는 경북의 주력 기업 현장 기술 지원과 주요 연구기관 협업 체계도 구상하고 있다. 안동대와 포스텍, 금오공대 등 지역 거점 대학과 공동 연구 또는 프로젝트도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도는 2년 정도 과학자 마을의 주거 공간도 무상으로 제공하며, 활동 평가 후 성과가 좋으면 입주 기간도 연장해줄 방침이다.
도는 11일 도청 회의실에서 과학자 마을 조성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우일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과 김무환 포스텍 총장, 최도성 한동대 총장, 정태주 안동대 총장, 김상동 경북도립대 총장, 연구기관과 기업 인사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도는 과학자 마을 설립 취지와 건축 계획, 운영 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이우일 부의장은 “은퇴 과학자 마을은 국가적, 시대적으로 매우 시의적절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며 “경북의 모델이 성공할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앞으로 과학자 마을 조성과 운영 방안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마을의 건축물은 경북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천년 동안 이어질 수 있는 건축 자재를 활용하고 유명 건축가도 참여시키기로 했다. 전통과 첨단을 융합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을은 영상회의실과 컨벤션센터, 공유사무실, 커뮤니티 시설 등을 갖춘 ‘21세기 하회마을, 도산서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입주하게 될 과학기술인들이 연구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청 신도시에서 전경이 가장 뛰어나고, 정주 여건이 제일 좋은 곳으로 정했다”며 “이미 각계에서 많은 추천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경북뿐만 아니라 국가 미래 발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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