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부터 사교육 굴레]
선행학습 초등생들 기초 개념 부실
벽 막히면 흥미 잃고 ‘수포자’ 되기도
대학 가선 ‘기초학력 부진’ 시달려
서울 서초구의 초교 교사 A 씨는 학원에서 수학 선행학습을 받고 온 학생들에게 ‘분수’ 개념을 가르치다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그는 칠판에 동그란 피자를 그려서 ‘2분의 1×(곱하기) 3분의 1’을 설명한다. 피자를 반으로 나누고, 다시 각각 삼등분하면 ‘6분의 1’이 된다는 것을 시각화한 것. A 교사는 “이렇게 분수 개념을 익히면 ‘3분의 1’이 전체를 셋으로 나눈 것 중의 하나라는 것을 이해한다. 그런데 학원에서 분수의 곱셈법만 기계적으로 배워 온 학생은 ‘나눈다’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곤 한다”고 말했다.
초교 현장에서는 수학 선행학습을 하고 온 학생들이 ‘문제풀이 기술’만 습득하다 보니 ‘수 개념’이 부실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환규 경기 성남시 당촌초 교사는 “친구들보다 답은 빨리 찾는데, 왜 그게 답인지 이유와 과정을 설명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정미진 전북 전주시 전주오송초 교사는 “이해하지 못한 개념을 억지로 외워 온 학생들이 어느 순간 벽에 막히면 수학에 흥미를 읽고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되곤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21년 기초학습 실태조사에서 초1 학생의 19.0%가 수학에 흥미를 못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센터장은 “사교육에선 초등생에게도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에 집중하라고 압박한다. 수학적 사고를 즐길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행을 거쳐 명문대에 입학했는데 기초학력 부진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해 서울대 이공계 신입생 1624명을 대상으로 한 수학시험에서 679명(41.8%)이 ‘학력 미달’로 나타났다. “문제풀이 공부에 익숙해진 나머지 수학의 근본 원리나 개념은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수학 교육은 원리 위주로 이해력을 높인 뒤 대학 전공에 맞춰 정교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배영찬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고교까지 기본 개념을 탄탄히 배워 대학에선 이를 필요에 따라 활용할 줄 알면 된다. 킬러 문항만 파고들게 만드는 교육은 학생들을 수학에서 멀어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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