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조심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층간소음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기울음 소리입니다. 웬만하면 ‘아기소리야 어쩌겠느냐’고 많이들 양해해 주는 편입니다. 반면 ‘아기 울음이든 뭐든 나는 모르겠고…’라며 항의하고 욕설하는 집도 가끔 있습니다.
울지 말라고 아기 입을 틀어 막을 수도 없고 엄마로서는 참으로 난감한 일입니다.
미안하다고 아래윗집에 양해를 구하는 한편 소음저감 노력을 최대한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아기가 조금 더 클 때까지만 양해를…” vs “그 때까지 왜 내가 피해를…”
수원에 살다가 서울의 아파트로 이사를 왔습니다. 좁은 빌라에서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돼서 참 기뻤습니다. 근데 바로 아랫집 603호 분들이 이사 온 지 한 달 만에 두 번씩이나 찾아와 문을 두드렸습니다. “아기 우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 “쿵 쿵 울린다”고 항의를 했습니다. 덜컥 겁이 났습니다. 없는 살림에도 두터운 매트를 약 70 만원이나 들여서 깔았습니다.
이사 왔을 때 18개월이었고 이제 23개월 된 아기입니다. 말도 못 알아듣는 아기를 때릴 수도 없고, 한창 걸어 다니기 시작하는 아기를 못 움직이게 묶어 둘 수 도 없는 노릇이라 너무 속상하고 답답했습니다.
친정 아버지에게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하루는 603호를 방문해 마침 둘째딸이 있어 함께 아기가 내는 소리를 들어보고 “앞으로 조심하겠다”며 “사이좋게 지내자”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주일 뒤 603호 아주머니가 저희 집을 찾아와 화를 냈습니다. “왜 이 아파트에 살지도 않는 사람이 와서 우리 집 아이에게 호통을 치느냐”며 친정 아버지를 치한 취급을 했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치한 취급 당한 게 몹시 억울하고, 아버지도 자존심이 상해 눈물이 날 정도로 속상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아기가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쿵 쿵 댄다”고 화를 냈습니다. 우리 집 방바닥에 매트 깔아놓은 것을 보고는 “매트 백날 깔아봐야 소용없다”며 “꼭 아기에게 실내화를 신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초등학생들이나 신을 법한 큰 실내화를 주었습니다.
겁이 나서 정말 아기에게 신겼습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그런 실내화를 신긴 제가 잘못이었습니다. 실내화 신고 아기는 뒤로 자빠져서 머리가 크게 다칠 뻔했습니다.
아기가 말귀를 알아듣기 전 까지만 이해해달라고 했더니 “그럼 우리가 아기 클 때까지 손해 보며 참아야 하냐”며 화를 내더군요. 이후에도 아주머니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우리 집 현관문 벨을 누르면 너무 무섭고도 스트레스입니다. 남편은 회사일이 바빠서 야근이 잦고 12시 넘어 들어오는 날도 많습니다. 아주머니는 남편이 있는 주말에는 안 오고 저 혼자 아기와 있는 말만 골라서 벨을 누르고 협박합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엊그제 저녁 8시 20분경 남편은 거실에 앉아서 TV뉴스를 보고 있었고 저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기가 아빠에게 있다가 제게 와서 기대어 있다가 다시 아빠에게 갔습니다.
근데 갑자기 베란다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지금이 몇신데!” “조용히 좀 하라고!” 무슨 욕을 하는지, 뭐라고 소리를 칩니다. 저녁 8시 30분 정도 되었나? 갑자기 또 쿵쿵쿵~ 합니다. 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여럿이서 쿵쿵 대는 것 같았습니다. 남편이 핸드폰으로 소리를 녹음했습니다. 이후에도 벨을 울리고 욕설도 했습니다.
다음날 남편은 아침에 출근을 했고 10시경 갑자기 우리집 초인종을 마구 눌러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기는 겁을 먹어했고 저도 겁이 났습니다. 아기를 안고 어쩔 줄을 몰라서 신랑에게 전화를 했더니,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했습니다. 시어머니 일 하시다 말고 저희 집으로 오셨습니다.
아랫집 엄마와 큰딸이 저희 집에 초인종을 누르고 있는데 제가 겁먹어서 문을 열지 않으니 큰소리로 욕을 하는 건지, 무어라 소리를 지르면서 발로 문을 걷어차는 소리가 들리고 문을 퍽퍽 치는 소리가 들리고 너무 무서웠습니다. 얼마나 있다 경찰 두 분이 오셨고, 한 경찰은 밑층으로 갔습니다.
아랫집 아주머니는 저희가 이사 오고 딸아이가 층간소음 때문에 하루도 제대로 자 본적이 없다며 저희 아기를 이상한 아기 취급합니다. 전에 703호에 살던 사람은 맞벌이 부부이고 5살 짜리 남자 아기와 3살 된 아기가 있었는데 층간소음이 하나도 없었다고 하는데 믿기가 어려웠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밤이고 새벽이고 아기가 쿵쿵댄다고 하는데, 저녁 9시쯤 잠들어 아침까지 자는 아이가 무슨 소리를 새벽에 어떻게 낸다는 건지 궁금합니다. 아기 장남감은 모두 베란다에 모아 두었고, 조심하고 있습니다. 아기를 묶어 놓고 살수는 없지 않습니까.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어른도 아닌 아기로 인해 생기는 층간소음은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대체로 아기 발걸음 소리와 장남감이 바닥에 떨어질 때 나는 소리와 어른의 발걸음 소음이 복합적으로 발생합니다.
유독 층간소음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기가 내는 소리라고 해도 양해를 못해주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습니다.
직접 대면은 피하면서 층간소음관리위원회나 아파트 관리소를 통해 아래층에서 가장 피해가 심한 시간대와 실내 장소를 먼저 확인합니다. 장난감이 떨어질 때 충격력만 줄여도 불만이 상당히 줄어들 것입니다. 아기의 장난감 놀이는 매트 위에서 하게 하고, 피해 시간대와 장소는 피하셔야 합니다. 층간소음 매트가 설치되어 있으므로, 아기용 슬리퍼를 착용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걸을 때 넘어질 수 있습니다.
어른 발걸음 소리가 아기 발걸음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어른의 발걸음 소음은 현관에서 안방으로 가는 통로, 부엌으로 가는 통로 부위에서 아래층으로의 전달력이 가장 강합니다. 거실이나 안방보다는 이 부위에는 반드시 매트를 설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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