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데 정당 현수막은 되고 다른 현수막은 안 되면 그건 잘못된 것 아닌가요?”
인천 연수구청 직원들이 12일 오전 연수구의 한 사거리에서 정당 현수막을 철거하자 인근을 지나던 시민 윤창근 씨(69)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시민들도 “정당 현수막 난립을 허용한 건 명백한 특혜”라며 시청의 강제 철거에 박수를 보냈다.
인천시는 이날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난립한 정당 현수막에 대한 강제 철거에 나섰다. 인천시는 지난달 옥외광고물 관련 조례를 개정해 정당 현수막을 지정 게시대에만 설치할 수 있게 했고 혐오 및 비방 내용을 담을 수 없게 했다. 이날 철거는 이 조례를 위반한 현수막 27개에 대해 진행됐다. 연수구에 사는 김모 씨(52)는 “자극적인 표현으로 서로 비방만 하는 현수막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너무 민망했다”며 “법을 고쳐서라도 현수막을 더 강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해치는 정당 현수막을 규제하는 건 정상적 자치활동”이라며 “앞으로도 주요 사거리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등을 위주로 정당 현수막을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정당 현수막에 대해선 규격과 수량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되면서 정당 현수막 난립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은 법 시행 후 3개월 동안 1만4200여 건 접수됐는데 이는 법 시행 직전(약 6400건)의 2배가 넘는 것이다. 개정 후 3개월 동안 정당 현수막 관련 안전사고도 8건 발생했다. 인천에서도 올 2월 전동 킥보드를 타던 20대 여성이 현수막 끈에 목이 걸려 다쳤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인천시가 강제 철거의 근거로 삼은 조례가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행안부는 대법원에 인천시 조례 무효 확인 소송과 효력 집행정지 신청도 제기했다. 하지만 인천시는 앞으로도 강제 철거를 강행한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