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69.4% “행정 통합 모른다”
“당위성 없어” 부정적 의견도 다수
민관위 꾸려 주민과 소통 늘리기로
부울경, 전방위 경제 협력 약속
부산시와 경남도가 추진 중인 ‘행정 통합’이 난관에 봉착했다. 행정 통합에 대한 두 지역 주민의 인지도가 낮은 데다 반대 의견이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서다. 반면 ‘부울경 특별연합’(부울경 메가시티)이 지난해 무산된 이후 대안으로 추진된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본격적인 출범을 알렸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12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부산·경남 행정 통합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후속 계획에 대한 공동 입장을 밝혔다. 여론조사는 5월과 6월에 한 차례씩, 회당 시도마다 1000여 명씩 총 402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 주민 여론조사 ‘반대’가 더 많아
여론조사 결과 행정 통합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묻는 문항에선 ‘들어본 적이 없다’는 응답이 69.4%를 차지해 ‘알고 있다’는 응답(30.6%)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행정 통합 찬반을 묻는 문항에서는 45.6%가 ‘반대한다’고 답해 찬성(35.6%) 답변보다 많았다.
행정 통합에 찬성하는 이유는 ‘수도권 집중에 대응해 국가균형발전이 가능’이 56.4%로 가장 높았다. 반대하는 이유는 ‘통합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이 적음’이 50.5%로 가장 많았다.
행정 통합을 처음 제안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도민 찬성 비율이 굉장히 낮게 나타나 당황했다”며 “행정 통합을 추진한 기간이 짧았고 도민에게 충분하게 통합의 장단점을 알리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회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행정 통합은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이어서 거쳐야 할 난관도 현실”이라면서 “여론조사 결과는 주민 이해도와 관심도,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고 말했다.
두 시도는 내년 하반기 민관추진위원회를 꾸리고 다시 여론조사를 하겠다면서 판단을 미뤘다.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지속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 행정 통합에 대한 인식과 여건을 성숙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장기 과제로 두고 다시 민심을 살피겠다는 취지지만 행정 통합의 기본 구상이나 모델조차 빠져 있어 실행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민들의 반응 역시 대체로 부정적이다. 수영구에 사는 직장인 A 씨(43)는 “경제 불황에 행정 통합을 한다고 불필요한 예산을 쓸까 걱정된다. 경제적 이득이 무엇인지 잘 공감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창원 주민 B 씨(50)는 “행정 통합을 진행하는지 전혀 몰랐다”면서 “별 관심은 없지만 왜 통합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지방소멸의 시계는 빨리 돌아가는데, 경남도가 특별연합을 폐기해 놓고 행정 통합도 미루려는 꼼수 정치를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 부울경 경제동맹 출범
행정 통합이 위기를 맞은 반면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은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날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서 앞서 부산과 울산, 경남 등 3개 시도지사는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첫 정책협의회를 열고 동북아 8대 광역경제권을 목표로 교통과 관광, 에너지 등 3개 분야에 역점을 두고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박형준 시장은 “가덕도 신공항이나 엑스포 유치와 같은 국가적인 과제도 함께 이뤄낸다면 부울경 경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부울경이 연대해 지방 권한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했고, 박완수 지사는 “수도권 1극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2극 체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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