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 여경 접대’ 80대 유지 “승진에 500만원이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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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7월 14일 1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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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보도화면 캡쳐
사진=KBS 보도화면 캡쳐
서울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소장이 80대 지역 유지와의 식사 자리 등에 여경을 불러내 접대 및 비서 역할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 80대 유지가 “승진에 500만원이면 되느냐”는 말도 한 것으로 드러나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번 일에 대한 “처분 결과(파출소장 구두경고), 갑질 피해자에 대한 분리조치 방법, 파출소장의 CCTV 열람 등 보복행위 등에 상당히 분노하고 있다”고 동료 경찰들의 반응을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20~30년 전 파출소장이나 지구대장이 했던 행태들 2023년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는 데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 위원장은 “피해자가 여성청소년계에서도 근무했기에 성추행, 성비위 이런 부분들에 대해 너무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80대 회장이 처음 봤을 때부터 손을 잡고 포옹을 하고 했다고 하더라”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전혀 조사가 안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 위원장은 또 파출소와 150m가량 떨어진 회장 사무실로 파출소장이 피해자를 불러 ‘파출소장 비서 과일 깎아봐라’고 했다면서 “그 자리엔 80대 노인, 파출소장, 주민센터장, 주민센터 서무, 피해자 등 여자 3명 남자 2명이 있었다. 다른 여성 두 분은 앉아 있는 상태에서 정복을 입은 피해자에게 ‘파출소장 비서가 깎아봐’라고 몇 차례 말했다”고 했다.

그는 “파출소장이라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시면 안 됩니다’,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우리 직원입니다’ 이렇게 했어야 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행자가 “80대 노인이 ‘승진시켜 줄게 500만 원이면 돼?’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는 게 맞느냐”고 묻자 민 위원장은 “맞다. 이런 이야기를 파출소장한테 했고 파출소장이 전화해서 ‘야 우리 회장님이 승진시켜 준대, 너 똑똑하게 생겼고 너무 칭찬을 많이 하니까 와서 좀 사진을 찍어라’는 식으로 피해자를 계속 근무시간에 불러냈다”고 밝혔다.

민 위원장은 윤희근 경찰청장을 향해 “이번 갑질 사건에서 초동조치 실패, 분리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2차 가해가 발생했다. 성동경찰서장, 서울경찰청 감찰, 파출소장 등에 대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조사해서 신뢰받는 경찰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빠른 조치를 해 달라”고 촉구했다.

사진=KBS 보도화면 캡쳐
사진=KBS 보도화면 캡쳐


앞서 서울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위 A 씨는 지난 4월 파출소장으로부터 ‘식사 자리에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식사 자리에 나가 80대 남성을 소개받았다. 파출소장은 이 남성에 대해 관내 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며 새마을금고에 돈을 많이 저축해 저축해둔 돈으로 생활하는 지역 유지로, 지역 행사 등에도 기부금을 내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파출소장은 A 경위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권유했다. A 경위가 이를 거부했지만 촬영은 강행됐다. 이 남성은 A 경위를 “파출소장 비서”라고 부르며 과일을 깎도록 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 A 경위는 파출소장에게서 또 다시 연락을 받았다. 파출소장은 A 경위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회장님의 호출이다. 사무실에 잠깐 왔다 가라”고 했다.

A 경위가 몸이 아프다며 거절하자 파출소장은 전화를 걸어 “우리 회장님께서 승진 시켜준대. 똘똘하게 생기셨다고. 너무 칭찬 많이 하신다. 빨리 와서 사진만 좀 가져가라신다”고 강요했다.

파출소장은 또 근무 시간 도중 A 경위를 불러 실내 암벽 등반장에 가자고 했다. A 경위는 소장과 단둘이서 암벽 등반까지 해야 했다.

A 경위는 결국 지난 5월 병가를 내고 청문감사관실에 감찰조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감찰 결과는 구두 처분인 직권 경고에 그쳤다. 근무시간에 사적인 자리에 불러낸 건 부적절하지만, 파출소장의 지시가 갑질이나 강요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해당 경찰서 측은 감찰 대상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 A경위가 이미 병가를 냈다며 2개월간 인사 조치를 하지 않았다. 참다못한 A 경위는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렸고 피해를 폭로한지 반나절가량 지난 7일 오후에야 파출소장은 다른 보직으로 발령됐다.

해당 파출소장은 “경고 처분에 이의는 없다”면서도 “후배에게 잘 해주려고 한 건데 역효과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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