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바닷속 달리듯”… 보령해저터널, 서해안의 신비 담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7일 03시 00분


국내 최장 터널로 주목받았지만
“밋밋한 내부 아쉽다” 지적 잇따라
경관조명 설치해 바다 느낌 살려
서해 명소-일몰 등 다채롭게 구현

14일 점등한 보령해저터널 미디어아트 경관조명. 고래들이 유영하고 갈매기가 나는 영상이 펼쳐지고 있다. 보령시 제공
14일 점등한 보령해저터널 미디어아트 경관조명. 고래들이 유영하고 갈매기가 나는 영상이 펼쳐지고 있다. 보령시 제공
2020년 12월 충남 보령시에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됐다. 대천항(신흑동)과 원산도(오천면 원산도리)를 잇는 6927m의 왕복 4차선(2차로 분리) 터널이다. 국토교통부와 충남도는 “국내 최장, 세계 5번째 길이의 해저터널이 착공 11년 만에 탄생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이 길을 지나본 여행자들은 신통치 않다는 반응이었다. 한결같이 “해저터널인지 육지터널인지 구분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터널은 가장 낮게는 해저 80m까지 순수 해저 구간만 5.2km의 바닷속을 지나는데도 내부는 육지터널이나 차이가 없었다. 바다 풍경은 터널을 한참 벗어나서야 볼 수 있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여행객들과 보령시 및 인근 태안군 등의 이 같은 지적에 따라 해저터널 내부에 서해의 신비를 담은 경관조명을 설치해 잿빛 풍경을 벗겨냈다. 이 경관조명 점등식이 14일 현지에서 김태흠 충남지사와 엄정희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 성일종 국회의원,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 지사는 “새로워진 해저터널을 바탕으로 앞으로 원산도 글로벌 해양레저관광도시, 안면도 관광지,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등을 통해 해양관광 벨트를 완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들과 취재진은 차량을 타고 터널을 지나면서 경관조명을 감상했다. 파란색의 조명이 펼쳐져 바닷속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줬다. 천장에서 갈매기가 날고, 고래가 유영하는 영상이 펼쳐졌다.

경관조명 설치 구간은 총 1400m다. 보령에서 원산도 방향 3개 구간 650m, 원산도에서 보령 방향 3개 구간 750m다. 보령에서 원산도 방향 미디어아트는 터널 천장에 영상을 비치게 하는 프로젝션 방식으로 구현했다.

원산도에서 보령 방향은 발광다이오드(LED) 미디어 파사드 방식으로 서해안의 관광 자원과 명소, 일몰 등을 세련되고 다채롭게 구현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미디어아트 표출 장치의 콘텐츠는 도내 지방자치단체들이 제작해 투사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지역 관광과 특산물 홍보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토관리청은 40억 원을 투입해 이 경관조명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널 내 운전자 졸음운전 예방이나 지루함 방지를 위한 경관조명 설치 사례는 있지만, 볼거리 제공을 위한 미디어아트 연출은 국내에서 보령해저터널이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주변 지자체와 주민들 사이에서는 개통 전에 이런 시설을 마련했더라면 그동안 이곳을 찾았던 수많은 관광객의 불만과 추후 공사에 따른 예산과 불편을 줄일 수 있었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보령해저터널#경관조명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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