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하천 범람]
충청-전북-경북서 범람 피해
괴산댐, 43년만에 만수위 넘는 등… 곳곳서 하천 넘쳐 흙탕물 쓰나미
충주-예천 급류 휩쓸려 인명 피해… 논산-익산 제방 뚫려 마을 침수
집중호우가 계속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제방이 무너지고, 댐의 물이 넘치며 인명피해와 주민대피가 이어졌다. 충북 괴산군 괴산댐은 지어진 후 두 번째로 물이 넘치기도 했다. 충남 논산, 전북 익산 등에서도 제방이 무너져 마을 일대가 물에 잠겼다.
● 아버지 구하려던 아들, 함께 숨져
충북 괴산군 문광면에선 배수 작업 중이던 부자가 급류에 휩쓸려 맨홀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15일 오후 2시 45분경 염소 농장에 가던 마을 이장 A 씨(68)가 원활하지 않은 배수를 정비하기 위해 맨홀 속 이물질을 제거하려다가 물살에 휩쓸렸다. 이어 아버지를 구하려던 30대 아들도 수로에 빠졌다. 실종신고를 접수한 소방대원들이 수색에 나섰지만 오후 5시경 배수로 하류에서 2명 모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경북 예천군에서도 불어난 하천 물로 인해 2명이 숨졌고, 4명이 실종됐다.
충남 논산시는 제방 곳곳이 잇따라 무너져 인근 논이 물에 잠기고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16일 오전 5시 43분 논산시 성동면 원봉리 인근 제방 일부가 유실됐고, 이어 성동면 우곤리 인근 제방도 무너졌다. 논산시는 제방 하부 토사가 논으로 유입되는 것을 확인하고 ‘붕괴 위험이 있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내용의 안전문자를 보냈다.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벼, 수박 농가 등 농경지 75ha(헥타르)가 침수됐다.
금강 지류인 전북 익산시 용안면 산북천도 15일 제방에 구멍이 나면서 마을 일대가 침수됐다. 이에 용안면 마을 10곳의 주민 600여 명이 용안초등학교 등 임시 거처로 대피했다. 충남 청양군 치성천 제방도 일부가 붕괴해 군이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선 95여단 3대대 소속 군장병 39명이 전날 내린 비로 침수가 우려되는 부대를 빠져나와 현재 구례중학교에 피신해 있다.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농작물 침수 피해 규모는 1만9769.7ha에 달한다. 이는 축구장(0.714ha) 약 2만8000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 역대 두 번째 월류 기록한 ‘괴산댐’
13∼16일 사흘간 폭우가 쏟아진 충북 괴산군 칠성면에선 괴산댐이 만수위를 넘어 월류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괴산군은 15일 오전 6시 반경부터 괴산댐이 월류하기 시작하자 괴산군과 충주시 주민 7588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괴산댐의 만수위는 135.65m인데, 최대 방수량(초당 2700t)보다 많은 비가 내리면서 댐의 물이 넘쳤다고 한다. 월류는 시작된 지 3시간 만인 오전 9시 22분경 멈췄지만 인근 저지대 곳곳이 침수됐다. 1957년 건설된 괴산댐이 월류한 것은 1980년 7월 22일 이후 두 번째이며, 국내 댐이 월류한 것도 두 번째다. 괴산댐은 이전부터 유역 면적보다 댐 용량이 적어 홍수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상대적으로 호우 피해가 적었던 서울 지역도 주요 차로 통제는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13일 오후 5시 기준 서울 시내 하천 27곳 중 16곳과 잠수교 등 일부 구간 도로 8곳을 통제 중이다. 서울에서는 이번 호우로 인해 시설물 피해는 도로 축대 붕괴 등 21건이 발생했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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