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참사]
‘지하차도 참사’ 안타까운 사연들
친구와 졸업여행 떠나려던 20대
“버스에 물이 찬다” 마지막 통화
“목요일(13일)이 아들 생일이라 오늘 다 같이 밥 먹기로 했는데….”
16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하나병원에 마련된 30대 남성 조모 씨의 빈소를 지키던 그의 부모는 “연락이 안 되기에 늦잠 자는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흐느꼈다. 청주의 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조 씨는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벌어진 15일 출근하기 위해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다가 참변을 당했다. 조 씨 부모는 “사고 전날 주말에 맛있는 거라도 먹자며 통화했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차라리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 통곡 끊이지 않는 빈소
16일 청주 곳곳에 마련된 지하차도 침수 사고 피해자 빈소에는 유가족과 지인들의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하나병원에 차려진 안모 씨(24)의 빈소에는 외삼촌 이모 씨(49)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조카가 대학 졸업 전에 보건 분야에 취업했다며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사고를 당했다니 믿을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안 씨는 전날 친구와 전남 여수로 졸업 여행을 떠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오송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폭우 때문에 버스가 원래 다니는 길 대신 오송 지하차도로 경로를 바꿔 친구와 함께 사고를 당했다. 이 씨는 “어릴 때부터 사람 돕는 걸 좋아하는 심성이 착한 아이였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먼저 오송역에 가 있던 친구들에게 통화로 “버스에 물이 찬다. 기사 아저씨가 창문을 깨고 나가라고 한다”고 전한 게 마지막이었다.
사고로 선생님을 잃은 아이들이 빈소를 찾기도 했다. 청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결혼 2개월차 새신랑인 김모 씨(30)는 임용시험을 보는 처남을 시험장에 데려다주기 위해 운전을 해 지하차도에 들어섰다. 그러다 갑자기 들이닥친 물 때문에 차량이 지하차도에서 침수됐다. 처남은 간신히 헤엄쳐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지만, 김 씨는 끝내 나오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그의 빈소엔 그가 가르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과 학부모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일부 학생은 조문 중 단체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 씨의 이모부 유모 씨(54)는 “착한 성격에 좋은 선생님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청주성모병원에 빈소가 차려진 김모 씨(70)의 남편 유모 씨(75)는 “아내는 매주 토요일마다 하나뿐인 여섯 살 손자를 돌보러 서울로 갔다”며 “15일도 손주를 돌보러 가다가 그런 일을 당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 “연락 안 돼” 실종자 가족들 전전긍긍
이날 오후 하나병원 앞에서 기다리던 피해자 가족들은 병원으로 구급차가 올 때마다 달려가 얼굴을 확인했다. A 씨는 “조카가 전날 KTX를 타려고 오송역으로 가던 길이었는데, 이후 연락이 없다”며 “혹시나 잘못된 건 아닌지 구급차가 올 때마다 심장이 멎는 것 같다”고 했다. 큰아들과 연락이 안 된다는 김모 씨(75)는 “오창읍에서 치과 의사로 일하는 아들이 출근길에 사고를 당한 것 같다”며 애통해했다.
유족들은 도로를 통제하지 않은 지자체의 미흡한 대처가 사고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A 씨는 “사고 전날부터 폭우가 쏟아졌는데 왜 하천 근처 도로를 통제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 앞에서 기다리던 박모 씨는 “지난해 경북 포항 주차장 사고처럼 지하 시설 사망 사고는 매년 반복되는데 개선이 안 되다 보니 피해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청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청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청주=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