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17일까지 5일 동안 충남과 충북, 경북 등에 최고 570mm가 넘는 기록적인 ‘극한 호우’가 내리면서 40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특히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선 궁평2지하차도가 미호강 범람으로 침수되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버스 승객 등 1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오송지하차도에 고립된 차량이 더 있어 역대 최악의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오전 11시 현재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40명, 실종자는 9명에 달한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등으로 78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이후 12년 만에 최대 피해다.
특히 오송지하차도는 15일 오전 8시 30분경 집중호우로 불어난 미호강 물이 제방을 무너뜨리고 지하차도로 밀려들기 시작했고, 오전 8시 45분 신고 접수 후 단 2분 만에 물이 터널 구간 길이 436m인 지하차도를 가득 채우며 버스 1대와 트럭 2대, 승용차 12대 등 차량 15대가 고립됐다. 지역 주민과 유족들 사이에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제대로 대응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고 4시간 전인 15일 오전 4시 10분경 금강홍수통제소가 미호강 범람 가능성을 경고하는 홍수경보를 발령했고, 금강홍수통제소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청주시 흥덕구청과 경찰에 주민 및 교통 통제 등을 요청했지만 침수 직전까지 오송지하차도 진입이 통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산림이 밀집한 경북에선 장맛비로 지반이 약해진 곳에서 토사가 밀려 내려오는 산사태 피해가 집중되면서 1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곳곳에서 댐이 넘쳐 흐르는 월류, 하천 범람, 주택 침수 등이 이어지면서 8852명이 대피했고, 5541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했다. 폴란드 등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화상 집중호우 점검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현장에서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기상청, 산림청 등 유관기관은 위험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파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하차도 2회 통제요청에도 지자체-경찰 방치… 강변엔 모래제방
‘안전 불감증’이 부른 참변 침수 4시간 30분전 홍수경보 발령 완전 침수때까지 차량 진입 안막아… 충북道 “통제시간 확보할 수 없었다” 목격자 “모래 제방서 강 범람 시작”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 미호강의 범람 가능성을 통보받고도 지하차도의 통행을 통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송 지하차도 인근에 교각(미호천교)을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하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역시 기록적 폭우 속에서 미호강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어 이번 참사 역시 전형적인 ‘인재(人災)’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홍수경보에도 교통 통제 없어
1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침수 발생 4시간 30분 전인 15일 오전 4시 10분경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강 미호천교 지점의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상향 발령했다. 또 2시간여 뒤인 오전 6시 30분경에는 금강홍수통제소 관계자가 흥덕구에 전화해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 관계자는 “흥덕구청에 지자체 관련 매뉴얼에 따라 주민 통제 조치를 내려 달라고 했다”며 “환경부에도 같은 내용을 알렸다”고 했다.
흥덕구는 청주시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지만, 청주시는 충북도에 알리지 않았고 오전 8시 45분 침수 신고가 접수된 지 2분 만에 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될 때까지 교통 통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홍수 위기 상황은 상위 기관인 충북도 등에도 전파된 걸로 안다. 도에서 하위 기관인 시나 구에 통제를 지시해야 했다”고 했다. 하지만 청주시의 자연재난재해 매뉴얼에는 ‘침수 및 범람 지역의 주민 대피와 통행 제한’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충북도는 대응 매뉴얼상 지하차도 중심 부분에 물이 50cm 정도 차올라야 교통 통제를 하는데 제방이 무너지기 전까진 그런 징후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특보가 내려진다고 무조건 도로를 통제하진 않는다. 도로 상황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결정하는데 단시간에 물이 차면서 차량 통제 시간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행복청 관계자는 “(미호천교 확장 공사) 감리회사 단장이 오전 7시 56분경 경찰에 ‘궁평 지하차도 침수 우려가 있으니 차량을 통제해 달라’고 신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의 조치도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나갔지만 인근 다른 도로에서 통제를 했다”고 말했다.
● 임시제방 관리도 ‘부실’ 의혹
지하차도와 불과 400∼500m가량 떨어진 미호강 제방도 부실하게 관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인근에는 미호천교 확장 공사를 행복청이 진행하면서 미호강변에 임시제방을 쌓은 상태였다. 미호강 범람 당시 상황을 목격한 장모 씨(68)는 “모래로 제방을 쌓고 방수포로 덮은 곳에서 물이 넘치더니 제방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행복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홍수경보가 발령되며 미호강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자 작업자 6명과 굴착기 1대를 투입해 오전 6시 반부터 임시제방 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오전 8시 10분경 미호강이 제방을 넘어서면서 작업을 중단하고 경찰 측에 통보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홍수를 대비해 미호강의 과거 100년 최고 홍수 수위보다 1m 높게 임시제방을 쌓았는데 예상보다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내렸다”고 했다.
오송 지하차도의 경우 침수 시 차량 진입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시설은 올 9월에야 설치될 예정이었고, 배수펌프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충북도 관계자는 “지하차도 안에 설치된 4개의 배수펌프가 침수 전까지 작동되다 물이 밀려드는 순간 전기가 끊겨 작동을 멈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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