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4차례 지하차도 위험 경고에도… 시장-지사 참사 직전까지 몰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9일 03시 00분


[극한호우 피해]
‘오송 참사’ 2시간30분전부터 경고
재난대책 총지휘할 시장-도지사
사고 직전까지 관련 보고 못받아… 지자체 재난대응체계 총체적 부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오전 소방과 군 병력이 실종자 수색 및 배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청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오전 소방과 군 병력이 실종자 수색 및 배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청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발생하기 약 2시간 30분 전부터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등 관계기관에 미호강 범람 위험을 알리며 주민 대피와 교통 통제를 요청한 보고 및 신고가 최소 24차례 접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14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를 막을 기회가 24번이나 있었지만 어느 기관도 오송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던 것이다. 재난 대응 책임자인 청주시장과 충북도지사는 침수 직전까지도 지하차도 침수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지자체의 재난안전 대응 체계가 사실상 무너져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참사가 발생한 지하차도 인근 미호천교 공사 현장을 관리 감독하는 감리단장은 사고 발생 약 2시간 30분 전인 15일 오전 6시 14분부터 7시 58분까지 5차례 청주시와 경찰에 미호강 범람 위험을 알리며 주민 대피를 요청했다. 또 공사 발주청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감리단장으로부터 범람 위험을 보고받고 19차례 관계기관에 주민 대피 등을 전화로 요청했다.

이후 오송 지하차도에서 각각 1.3km, 2km 떨어진 탑연삼거리와 쌍청교삼거리 등 다른 도로가 통제됐고 오송읍 주민 대피 방송이 이뤄졌다. 하지만 침수에 가장 취약한 지하차도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홍수나 집중호우처럼 재난이 예상되는 경우 재난안전법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에는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꾸려진다. 본부장은 시장과 도지사가 맡는다. 하지만 이범석 청주시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모두 사고 발생 직전까지 지하차도 침수 위험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주 모충동 일대가 침수됐다고 해 현장에 나가 있었다. 미호강 범람 위기가 있다는 행복청 보고까지 전달받진 못했다”고 했다. 충북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15일 오전 6시 반부터 호우 재난상황 대책회의에 참석했고 지하차도 침수 전후 괴산댐 월류 현장을 찾았다. 충북도 관계자는 “김 지사가 사고 당일 새벽부터 관내 상황을 챙기고 있었지만 당시 괴산댐 월류가 매우 급박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청주시, 수차례 신고받고도 지하도 통제안해… 충북도, 침수뒤 출동


지자체 부실 대응
공사 관리자-행복청 등 24차례 연락
道-市-區-읍 모두 아무 조치 없어
재난문자는 침수 10분전에야 발송

참사 당일인 15일 미호강 범람 위험을 알린 최초 신고는 사고 발생 3시간 50분 전인 오전 4시 57분에 접수됐다. 미호천교 임시 제방 현장에서 보수 공사 중이던 감리단장은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보은국토관리사무소에 “미호강 수위가 올라가니 탑연삼거리 교통 통제가 필요하다”고 보고했고 실제로 교통 통제가 이뤄졌다.

지자체와 경찰에 보고 및 신고가 시작된 건 감리단장이 오전 6시 14분경 청주시 민원콜센터에 전화해 “오송읍 주민 대피 준비 방송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부터였다. 휴일에는 민원콜센터가 운영되지 않아 이 전화는 청주시 당직실에서 받았다고 한다. 감리단장은 이후에도 오전 6시 33분까지 추가로 2차례 청주시에 주민 대피를 요청했다.

감리단장으로부터 미호강 범람 위험 보고를 받은 행복청도 청주시에 위험 사실을 알렸다. 행복청 비상 근무자는 오전 6시 29분, 57분 잇달아 청주시 하천과에 “하천 수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오송읍 주민 대피 준비가 필요하다. 국도 36호선은 침수돼 우회 중”이라고 상황을 알렸다. 같은 내용을 흥덕구에도 전했다.

오전 7시 이전에만 총 5번의 위험 경고가 청주시에 접수된 것이다. 이후 청주시는 인근 주민 대피를 지시했지만 사고 지하차도에 대한 도로 통제는 하지 않았다. 청주시 관계자는 “당시 신고에서 오송 지하차도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행복청은 충북도에도 미호강 범람 위험을 알렸다. 행복청 직원은 오전 6시 31분, 38분 2차례에 걸쳐 충북도에 범람 가능성을 통보했다. 당시 행복청 직원이 “범람 위험이 있어 연락했다”며 “청주시와 경찰청에도 연락을 했고 재난문자를 보내 달라고 요청도 했다”고 말하자, 충북도 직원은 “청주시와 경찰청에도 연락한 게 맞냐”고 확인한 뒤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하지만 충북도는 지하차도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침수 후에야 현장에 출동했다.

오전 7시 이후 미호강 수위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현장 상황은 더욱 다급하게 돌아갔다. 감리단장은 오전 7시 4분경 경찰에 처음 신고했다. 그는 당시 “미호강이 범람하려 하니 주민들 긴급 대피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전 7시 58분 미호강 범람이 시작되자 재차 112에 전화해 “미호천교 제방 물이 넘치고 있다. 궁평 지하차도가 침수될 우려가 있어 교통통제가 필요하다”라고 신고했다.

경찰은 첫 112 신고 내용을 흥덕구에 통보한 뒤 오송읍 사무소에 주민 대피를 요청했다. 하지만 다른 침수 사건 처리로 출동할 인원이 없어 제방 인근 현장으로는 출동하지 않았다. 이어 54분 뒤 교통 통제 장소를 ‘궁평 지하차도’로 특정한 신고가 들어오자 인근 파출소에 출동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파출소 직원은 사고 장소가 아닌 ‘궁평1지하차도’로 출동했다. 경찰 측은 “평소 궁평1지하차도가 자주 침수되는 곳이라 그쪽으로 출동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하차도가 완전히 물에 잠긴 이후인 오전 9시 1분경 현장에 도착했다.

행복청 비상근무자는 오전 7시 1∼56분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등에 총 15차례 범람 위험 등을 알렸다. 미호강 범람이 임박하자 관계기관 곳곳에 신고한 것이다.

이날 재난문자도 늦게 발송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오전 7시 58분경 접수된 “궁평지하차도를 통제해달라”는 신고 내용을 재난무전망을 통해 충북도 재난상황실, 흥덕구 당직실에 전달했다. 아울러 재난문자 발송도 요청했다. 하지만 실제 오송 지하차도 인근 지역에서 대피하라는 재난문자가 발송된 건 오전 8시 35분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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