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 소리 때문에 두통약 먹는데…윗집은 “어떻게 소리 없이 돌리냐?”[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9일 10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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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들리던 윗집 청소기 소리가 갑자기 크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윗집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한 뒤에 일어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공사 기간 중에 소음도 시끄러웠는데 끝나고 시도 때도 없이 청소기 소리가 크게 들리고, 발망치 소리가 쿵쿵 울린다면 견디기 어려울 것입니다.
윗집에서 일부러 발을 굴리거나 청소기를 마구 굴리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의도치 않게 인테리어가 공사가 잘못되면 소음 진동이 심하게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시끄러워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아파트에서 이 정도도 못 참으면 단독주택에서 살아야지요” 라고 반응하면 참으로 난감해집니다.

최근 배우 현빈 손예진 부부가 신혼집에 입주하기 전에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미리 이웃집에 한우를 돌리며 시끄러울지 모르니 양해해달라고 한 일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웃집들은 ‘시끄워도 말 못하겠네’ ‘이런 배려면 갈등 예방이 되겠네’ 라며 즐거워하는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층간소음은 상당 부분이 감정의 문제입니다. 한우는 안 돌리더라도 말 한마디라도 양해를 구하고, 저감 노력을 하면 최악으로 치닫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너무 시끄러워 스트레스로 두통약 먹는데, 윗집은 “어떻게 소리 안내고 청소하느냐?”
경기도 수원시 아파트 12층에 사는 60대 남자입니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으면서 이웃간에 정담을 나누며 잘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윗집과의 층간소음으로 이웃간의 인정도, 내 집에 대한 애정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윗층에서 어른이 쿵쿵거리며 울리는 걷는 소리와 청소기 소리때문입니다. 발걸음 소음도 심각하지만 생활하면서 발생되는 소리라고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청소기 소음은 너무 힘이 듭니다.

사실 그동안은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얼마 전 윗집에서 집수리를 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어른의 발걸음이 둔탁하게 울렸고 청소기 소음이 참기 힘들 정도로 크게 들렸습니다. 이전에 윗집의 화장실 물이 새 우리 집 안방 천장으로 샌 적이 있습니다. 주방 천장도 윗집 누수로 물 범벅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윗집에서 두 달 정도 걸려 인테리어 공사를 했습니다. 벽을 헐고 베란다 확장도 한 모양입니다. 그 때도 공사 소음이 심했는데 주인이 아니고 인부가 내려와 공사기간 중에 시끄러울테니 이해해달라고 했었습니다.

이후 청소기 소리, 발걸음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경비실을 통해 여러 번 주의를 요청했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습니다. 조금만 조심하면 될텐데 고쳐지지 않는 것을 보니 고의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닌가는 생각까지 듭니다.

청소기 소리가 들리면 신경이 곤두서고, 자다 일어나고, 또 자려고 하다 청소기 소리에 잠 못 들고 이런 시간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밤 10시쯤 돌리면 이제 더 안 돌리겠구나 하는데 더 늦은 밤에 또 돌리고, 밤에 돌렸으니 이제 편히 자겠군 하다가 새벽에 깨고, 아침마다 두통약 먹고… 이러다 보니 생활 자체가 비몽사몽이고 제대로 이뤄지는 일이 없습니다.

너무 견디기 힘들어 인터폰으로 조용히 해달라고 했더니 한번은 윗집 아주머니가 직접 내려와 내려와 초인종을 울려서 문을 열었더니 “청소하는데 어떻게 소리 안 나게 하느냐”고 큰소리 치고 갔습니다. 청소하면서 의자 등 가구를 이리저리 끌어 울리는 소리가 너무 귀에 거슬리고 금속의 마찰음 이상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곤두섭니다.

요즘도 소음이 심할 경우 경비 인터폰으로 주의를 요청하면 윗집에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한편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난 한 주도 참고, 또 오늘도 참고 참다가, 한 달 또 몇 달을 참다가 한번씩 요청하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가해자, 피해자 구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윗집과 협조해서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윗집에서 아랫집의 아픔을 알아주고 주의해 주길 바랍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의 ‘실전 팁’
인테리어 공사로 바닥 마감이 부실하게 되면 기존 바닥과 새롭게 시공된 마감재 사이에 공기층이 생기고, 바닥에 충격이 가해질 때 이 공기층은 공명현상을 일으켜 소음을 증폭시킵니다. 이때 기존에는 들리지 않았던 소음이 들리거나, 작게 들리던 소음이 더 크게 들린다는 사례가 여럿 있습니다.

우선 아파트 관리사무소 (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통해 먼저 인테리어 시공된 바닥의 부실 여부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바닥 위를 걷을 때 공기층이 있을 경우에는 심하게 울립니다.

윗집에게는 가장 피해가 심한 소음원과 그 시간대에는 각별한 주의를 요청하고, 청소를 할 때는 반드시 화장실 문을 닫도록 요청해야 합니다. 슬리퍼 착용을 부탁해서 받아들여진다면 슬리퍼의 바닥은 딱딱하지 않은 재질로 두꺼운 것이 좋습니다.

아랫집도 윗집에서 청소한다 싶은 시간에 집안의 화장실 문은 닫고, 내부 환기구는 두꺼운 비닐로 막도록 해야합니다. 이미 발소리, 청소기 소리에 이른바 ‘귀트임’이 발생한 상태에서는 작은 소음도 민감하게 느낄 수가 있습니다. 파도소리, 음악소리 같은 백색소리(소음이 아닌 편안하거나 즐거운 소리)로 중화를 하거나 심한 시간에도 외출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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