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폭우에 잠긴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부부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지하차도 진입 8분 만에 차량이 물에 완전히 잠기고, 부부가 탈출하는 긴박한 과정이 담겨 있었다. 부부는 이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영상을 제보했다고 한다.
SBS는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에서 살아남은 부부와의 인터뷰를 전하며 이들이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을 18일 공개했다. 부부가 사고 현장인 궁평 제2지하차도로 진입한 건 15일 오전 8시35분경이었다. 부부가 탈출한 뒤 8시43분경 지하차도는 물에 완전히 잠긴다.
지하차도 앞에 도착한 부부는 잠시 차를 멈춰 서서 들어갈까 말까 망설였지만 옆 차가 진입하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갔다. 지하차도를 절반쯤 지났을 무렵 앞차들은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했다. 그때 앞에 있던 차량 한 대가 후진을 해왔고 이상함을 느낀 부부도 함께 후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물은 바퀴 높이까지 차오른 상태였고, 가속 페달을 밟아도 속도가 나지 않았다. 반대 방향에 멈춰 서있는 747번 버스와 대형 트럭의 모습도 블랙박스 화면에 함께 담겼다.
부부가 지하차도를 겨우 빠져나갔을 무렵, 차는 세찬 빗물에 방향을 잃고 휘청이기 시작하더니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이후 차는 무섭게 들이치는 강물에 뜬 채 반 바퀴를 회전했고, 물은 순식간에 보닛 위까지 차올랐다.
부부는 이도 저도 못한 채 3분 가까이 떠 있었다. 그 순간 지하차도 쪽에서 가방을 멘 한 남성이 중앙분리대를 붙잡고 힘겹게 걸어오고 있었다.
남성은 유리창을 두드리며 부부에게 빨리 탈출하라고 말했다. 남자 덕분에 용기를 낸 부부는 남성을 따라 중앙분리대를 잡고 아슬아슬하게 침수 현장을 빠져나갔다.
남편은 “다른 생존자 남자분이 저희도 ‘빨리 탈출을 하라’고 유리창을 두드려주면서 탈출을 해라 말해줘서, 게걸음으로 옆으로 안전지대까지 이동했다”고 했다.
이후 함께 후진하던 차량들은 물론 더 이상 나오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고 8시 43분경 차량은 완전히 물에 잠겨버렸다.
차량이 처음 지하차도에 들어선 순간부터 완전히 잠기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8분이었다. 이때까지 아무런 구조나 통제도 없이 지하차도에는 물이 가득 찼다.
부부는 지하차도 뒤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한없이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마음의 짐을 고백했다. 이들은 “비록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어도 유가족분들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