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습 침수됐는데…오송 지하차도 ‘위험’ 지정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9일 19시 07분


코멘트
역대 최악의 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일대가 상습 침수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청주시)가 지정하는 ‘침수위험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오송읍 일대는 19일 현재 침수위험지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 각 지자체장은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침수위험지역으로 정해 배수 시설 확대 조치 등을 할 수 있다.

사고가 난 오송읍 일대는 2017년 7월, 2020년 7월 미호강이 범람해 건물과 차량 등이 침수된 상습 침수 지역이다. 하지만 청주시는 침수위험지역을 검토하는 풍수해종합계획에도 이곳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하천 범람 가능성 등을 보고 풍수해종합계획을 짜는데 (청주시가) 오송읍 일대는 침수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만든 홍수지도에는 침수 위험성이 높은 곳으로 분류돼 있었다. 미호강이 범람할 경우 궁평2지하차도는 물론 오송역 주변 아파트 단지 인근까지 침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환경부는 2013~2015년 청주시와 2번 간담회를 갖고 공문을 보내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고 지역이 사전에 침수위험지역으로 지정됐다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행안부 규정상 위험지역의 경우 배수펌프 용량을 늘리거나 교통차단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지원금을 받는다”며 “지원금으로 재난 대비 시설을 사전에 갖췄다면 무방비 상태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시의 침수위험지역 미지정이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함은구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학과장은 “정부에서 침수가 예상되는 곳이라고 공시하면 인근 땅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주민 반발이 심해 지자체에선 침수위험지역 선정을 꺼려한다”고 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