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해병대원 A 일병의 어머니는 19일 경북 예천군 석관천 사고 현장을 찾아 오열했다. A 일병의 아버지도 “비가 많이 내려 물살이 이렇게 센데 구명조끼가 얼마나 한다고 그걸 안 입힐 수가 있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해병대 1사단 소속인 A 일병은 이날 오전 9시 3분경 석관천에서 수색 작업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렸다. 허리까지 잠기는 물 속에 들어가 탐지봉으로 바닥을 찌르며 실종자를 찾던 중이었다. 갑자기 땅이 꺼지면서 해병대원 3명이 물에 빠졌는데, 둘은 헤엄쳐 탈출했지만 A 일병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물 속으로 사라졌다가 이날 오후 11시 8분경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석관천은 최근 며칠 동안 이어진 비로 유속이 매우 빠른 상태였다. A 일병이 물에 빠지자 동료 대원들은 급히 소형 고무보트를 타고 수색에 나섰다.
해병대 1사단은 18일부터 장병 1200여 명과 상륙장갑차 등을 투입해 예천군 각 하천변에서 대대적 실종자 수색작업을 실시하고 있었다. 1사단은 A 일병이 실종된 후 다른 실종자 수색 작업은 일시 중단한 채 A 일병 찾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소속 상륙기동 헬기인 마린온 2대와 소형 고무보트 등 가용 장비를 모두 투입했다.
수색이 한창이던 낮 12시 10분경과 낮 12시 26분경에는 사고지점으로부터 6.4㎞ 떨어진 하류지점에서 A 일병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수면에서 목격됐다. 하지만 다시 급류에 떠내려가 동료 대원들을 안타깝게 했다. 구조당국은 “당시 교량 위에 있던 대원들이 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는데, 인양 보트가 접근하기 전 다시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구조 당국이 야간 수색을 이어가며 총력을 기울인 끝에 A 일병은 이날 오후 11시 8분경 예천군 내성천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의식이 없는 채로 발견됐다.
A 일병 실종을 두고 해병대원들의 수색 장비 부실이 원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성인 남성이 허리까지 잠기는 물 속에서 작업을 진행하는데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병대 측은 소형 고무 보트로 수색작업에 나선 이들에게만 구명조끼를 지급했다. 심도섭 대한안전연합 서울중앙본부장은 “타인을 구조하거나 실종자를 수색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는 건 가장 기본”이라며 “장마기간에는 하천 바닥의 변화가 많고 물 속 웅덩이도 많아지기 때문에 구명조끼 등을 갖추고 수색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병대 관계자는 “구명조끼를 미지급한 건 현장 지휘관 등의 판단으로 보이는데 정확히 누가 어떤 지침을 내린 것인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