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방북 비용 대납과 관련해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부터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을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새로 확보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를 불러 조사한 뒤 국회 회기를 피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불체포 특권’ 피해 영장 청구 검토
1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를 상대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 직후 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매주 화요일 열리는 이 전 부지사의 다음 재판은 25일로 예정돼 있다. 주요 현안 사건인 만큼 법원 휴정기인 다음 달 1일에도 재판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25일이나 다음 달 1일 피고인 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간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던 이 전 부지사 측은 전날 재판에서 “(이 대표) 방북을 (쌍방울에) 한번 추진해달라고 말했다는 진술을 (검찰에) 했다”며 기존 입장을 일부 번복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그동안 “방북 비용 대납은 모르는 일이고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검찰은 이 대표가 쌍방울의 방북비용 대납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을 것으로 보고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쌍방울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쌍방울의 인연은 내복 하나 사 입은 것밖에 없다”며 부인했다. 올 초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검찰의 신작 소설”이라고 했다.
검찰은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치지 않고 법원 영장실질심사로 직행하도록 국회 휴회기인 이달 29일~다음 달 15일 사이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조사에 앞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미국과 북한의 베트남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후 정 전 실장으로부터 “성과를 내야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요청을 받고 이 대표의 방북을 추진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을 통해 북측에 방북을 요청한 이후, 그리고 쌍방울이 방북 비용을 북측에 지불한 이후 각각 이 대표에게 보고가 됐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수감 중)으로부터도 “방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정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대표의 최측근인 두 사람이 모든 혐의를 떠안고 ‘꼬리 자르기’를 할 가능성을 우려해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 ‘재판기록’ 유출까지 전방위 수사
검찰은 이 대표 관련 수사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19일 이 전 부지사의 뇌물수수 사건 재판기록을 유출한 혐의로 현근택 변호사(민주연구원 부원장)도 불러 조사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손진욱)는 이날 현 변호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불러 재판기록이 이 대표에게 흘러간 경위를 조사했다.
이 대표는 올 3월 19일 ‘가짜뉴스 생산과정’이란 제목으로 이 전 부지사 재판의 증인신문 녹취록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뇌물 사건의 변호인인 서모 변호사가 받은 재판 조서가 현 변호사 등을 거쳐 이 대표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현 변호사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이 대표에게 조서를 유출한 이를 특정한 후 이 대표를 조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현 변호사는 “사안은 달라도 피고인이 같은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끼리 재판 문서를 합법적으로 공유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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