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9860원]
올해 시간당 9620원서 2.5% 올라
월급으로 환산땐 206만740원
獨 등 주요국도 인상 조절 나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9860원으로 19일 결정했다. 올해(9620원)보다 240원(2.5% 인상) 오른 금액이다. ‘1만 원’을 넘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경제 위기,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 등을 고려해 인상 속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최임위는 전날(18일)부터 이어진 밤샘 회의 끝에 이날 오전 6시경 제15차 전원회의에서 2024년도 최저임금을 최종 의결했다. 주휴수당을 반영해 월급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209시간 기준)이다.
지난달 노동계는 최초안으로 1만2210원(26.9% 인상)을 제시했고 경영계는 ‘동결(9620원)’을 요구했다. 거듭된 회의 끝에 양측은 18일 8차 수정안에서 775원(노동계 1만580원, 경영계 9805원)까지 차이를 좁혔다. 이후 공익위원들이 하한 9820원(2.1% 인상), 상한 1만150원(5.5% 인상)을 ‘심의 촉진 구간’으로 제시했다. 18일 밤 12시를 넘겨 노사는 10차 수정안에서 180원(노동계 1만20원, 경영계 9840원)까지 차이를 좁혔으나 합의에는 실패했다. 이후 공익위원은 ‘9920원’을 중재안으로 제시했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반대하면서 합의가 무산됐다.
최임위는 19일 오전 노동계 제시안(1만 원)과 경영계 제시안(9860원)을 두고 표결했다. 총 26명의 위원이 참석해 경영계 안이 17표, 노동계 안이 8표를 받았고 무효(기권) 1표가 나왔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후 2016년(108일)을 넘어선 ‘역대 최장기간 심의’였다. 매년 갈등과 파행으로 치닫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국뿐만 아니라 주요 다른 국가들도 임금 상승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최저임금을 25%나 끌어올렸지만 내년과 내후년에는 각각 3%만 올리기로 했다. 경제 위기, 인플레이션(급격한 물가 상승) 악화 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6년새 49% 올라… 공익위원들, 불황속 경영계案 몰표
1만원 앞 속도조절해 9860원 공익위원 제시한 ‘9920원’ 중재안 민노총 위원들 1만원 고집에 무산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의 최종 심의 결과 9860원으로 19일 결정됐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2.5%)이다. 최근 6년간 최저임금은 약 50% 올랐고,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이미 시간당 1만 원을 넘었다. 여기에 경제 불황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경영 악화가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임위가 속도 조절을 선택한 것은 이러한 맥락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1만 원까지 140원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2.5%는 2021년(1.5%) 이후 가장 낮다.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기획재정부 기준 3.3%)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대해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의결 직후 “(한국) 최저임금 절대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해 높고,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과거 절대 금액이 절반밖에 안 될 때는 팍팍 올라도 감내할 수 있지만 지금은 2.5% 인상도 액수로 따지면 상당한 금액”이라고 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국민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 변수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내걸었던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2018년도, 2019년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각각 16.4%, 10.9% 급등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경제 위기로 이어지면서 이후 인상률은 급락했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6470원)과 비교하면 48.7% 오른 금액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62.2%로, 분석 대상 30개국 중 8번째로 높았다. 프랑스(61.9%), 독일(54.2%), 일본(46.2%) 등보다 높다. 중위임금은 근로자를 임금 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있는 근로자의 임금을 뜻한다. 중위임금 대비 비율이 높다는 건 해당 국가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의 중간값과 비교할 때 최저임금 수준이 높다는 뜻이다.
박 위원장이 지적한 대로 절대 금액 역시 아시아 최고 수준인 일본과 비슷할 만큼 높아졌다. 일본의 올해 최저임금은 전국 평균 961엔(약 8725원)이다. 엔저 현상을 고려해도 한국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이 사용자위원 안에 사실상 몰표를 던진 데는 이 같은 인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노동계 “실질임금 삭감” vs 소상공인 “고용 감소”
이날 노동계와 경영계에서는 모두 불만을 표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성명을 내고 “공정성과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최임위는 존재 가치를 상실했고 그 결과 역대 최저 수준의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에 분노하고 규탄한다”고 밝혔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내년 최저임금이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결정돼 실질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소규모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의 추가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 애로가 가중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의 ‘나 홀로 경영’을 심화시켜 결국 근로자의 일자리를 대폭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민노총 근로자위원들이 공익위원 중재안(9920원)을 거부한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사용자위원 9명과 한국노총 근로자위원 4명은 동의했지만 민노총 위원 4명이 ‘1만 원’을 고집하며 반대하는 바람에 중재안은 무산됐다. 결국 중재안보다 60원 적은 금액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에 노동계 내부에서도 “1만 원에 가까운 더 높은 최저임금으로 결정할 기회를 스스로 놓친 셈”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