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5명 중 3명이 외국인, 산단 인근 저렴한 집값에 몰려
학교에선 이중언어 수업 문제
외국인 중심으로 상권 바뀌고, 마을 분위기 달라지자 갈등
연수구 “내국인 상권 지원하고, 쓰레기 무단투기 등 단속할 것”
“한국인들이 함박마을을 점점 떠나고 있습니다.”
19일 오전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외국인들이 갑자기 늘어나 생활 환경과 상권이 다 바뀌어 우리 주민들이 떠나고 있는데, 외국인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는 상생이 어렵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 한국인보다 외국인 더 많아진 함박마을
연수구 연수동에 속하는 함박마을은 최근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마을이 됐다. 지난달 기준 함박마을의 외국인은 전체 주민(약 1만2000명)의 61%(약 7400명)를 차지한다. 2015년경부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해 현재는 주민 5명 중 3명이 외국인일 정도다.
이날 찾은 함박마을에서도 외국어로 된 수많은 상점 간판이 눈에 띄었다. 영어 없이 러시아어로만 적힌 간판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식료품점과 마트, 옷 가게 등 곳곳에서는 외국인들이 영업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함박마을에 외국인이 모이게 된 요인으로는 근처에 남동국가산업단지가 있고,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다는 점 등이 꼽힌다. 단순 제조업 중심의 남동산단에 종사하는 많은 외국인들이 보증금 없이 월세로 살 수 있던 함박마을에 살기 시작했고, 이후 외국인들이 점차 모이며 자연스럽게 밀집 지역이 됐다.
문제는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교육 등의 분야에서 예상치 못한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함박마을 인근 초등학교 2곳은 외국인 학생 비율이 모두 50%를 넘어서며 ‘이중언어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탓에 진도가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일부 초등학생들은 다른 지역 학교로 전학을 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상권이 변하면서 폐업을 하는 소상공인도 늘고 있다. 함박마을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소비층이 갑자기 바뀌니 외국인 취향에 맞지 않는 곳들은 결국 폐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외국인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서 주민 간 갈등도 커지는 모양새다. 7년째 함박마을에 살고 있는 A 씨(63)는 “외국인 간 다툼으로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잦다”며 “일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건지 아무 곳에나 주차를 하고, 쓰레기를 그냥 버리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 연수구 “상생 방안 찾을 것”
전문가들은 내국인과 외국인의 상생을 위해 우선 접점을 늘려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남부현 선문대 글로벌한국학과 교수는 “협의체를 만들어 각종 문제를 논의하고, 자율방범 활동을 함께 해나가며 공동체를 꾸리는 게 중요하다”며 “학교에서도 한국 학생과 다문화 학생 모두 온전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학급을 나눠 수준에 맞게 교육하고 예체능 수업 때는 함께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할 자치단체인 연수구는 함박마을 상생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에 내·외국인 교육 문제 해결과 외국인 교육 등 제도 개선을 건의하고, 불법 주정차와 쓰레기 무단 투기 등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내국인 상권을 지원하고, 외국인들의 정주 여건도 개선할 계획이다. 인천경찰청도 함박마을을 외사안전구역으로 지정해 순찰 등 치안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연수구 관계자는 “함박마을 내·외국인 주민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정책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초자치단체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현상인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도 적극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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